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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l 18. 2024

슬기롭게 맞이하는 초고령사회

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10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전체 주민등록인구인 5126만 9012명의 19.51%를 차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의 턱 밑까지 이르렀음을 얘기한다.



이번 발표에 의하면 이미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26.67%)을 비롯한 경북, 강원, 전북, 부산, 충남, 충북, 경남, 대구 순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제주(18.43%)는 서울(18.96%)에 이어 11번째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예견되는 문제는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산인구의 감소, 청장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 증가, 노후 대비 부족으로 인한 노인 빈곤, 건강과 의료 부담의 증가 등 이미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들이 앞으로 더 거대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특히, 2023년 11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에 이르고 있다. 이는 38개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하는 부끄러운 기록으로서 이러한 현실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의 빈곤 문제와 직결되는 극단적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해마다 65세 이상 노인 3500여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 이는 인구 10만명당 39.9명꼴로 OECD 회원국 평균(17.2명)의 2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고령 인구의 증가로 치매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치매 유병률은 10.38%로서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같이 암울한 전망이 줄을 서 있다. 이 모든 전망은 곧 나 자신, 우리 가족들에게 현실로 다가올 문제이기에 한여름 더위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후쿠오카시에서는 100세 시대에 개인의 행복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동시에 이루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 위한 ‘후쿠오카 100 프로젝트’를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표는 치매에 걸리더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인 ‘치매 프렌들리 도시’를 만드는 일.



이 도시에서는 치매 환자를 관리가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휴머니튜드(인간과 태도의 합성어) 돌봄’을 확산시키고 있다. 치매 당사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기 등 2~3시간이면 익힐 수 있는 이 돌봄 방식으로 많은 시민들이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사회를 슬기롭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그 준비는 노인을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으면 한다. 그런 바람은 훗날 내가 우리 사회 문젯거리로 취급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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