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 칼럼니스트
국처럼 펄펄 끓인 음식을 ‘탕(湯)’이라 한다. 갈비탕, 곰탕 등… 많다. 또 ‘별주부전에는 자라탕이 나온다. 개식용종식과 함께 보신탕은 법이 막아 나섰다. 반려견이 있는데 한쪽에서 음식으로 즐겨 먹는 건 사리에 맞잖다. 극복해야 할 모순이었다. 목엣 가시처럼 걸려 있던 걸 빼내 홀가분하다. 삼키려면 거꾸로 살에 박혀 드는 게 가시 아닌가. 서민들이 즐기는 매운탕이 있고, 손쉽게 식탁에 오르는 감자탕도 있다. 손맛이 뛰어나 팔도에 별미가 넘쳐나는 민족이다.
우리 음식치고 맹물같이 싱거운 국은 없다. 한데 탕에 맹물처럼 아주 싱거운 맹탕이 있다. 내용이 없으니 맹탕이다. 하는 짓이 옹골차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빗대어 ‘맹탕’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런 자가 일을 벌여 놓았다고 생각해 보라. 그가 한 일이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보나 마나 불문가지, 맹탕일 것이다.
차마 하랴 하던 얘기를 올려놓는다. 요즘 국회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자면, 한심해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두 패로 갈려 싸움질로 허송세월이다. 특검하자 발의하면 높은 데서 거부권으로 내팽개친다. 다시 올리면 또 내려놓고, 또 올리면 구겨버리고. 헌법에 나와 있는 권한이라며 우겨 넣는다. 전가의 보도가 따로 없다. 나랏일이 이렇게 겉돌아 되는 건가. 상식을 세우자는 중한 일일 텐데 탁구공처럼 너무 쉬이 나대는 것 같다.
외신이 어떻게 나가고 있을까. 우리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명품 백’이란 말이 귀에 박였다. ‘누가, 무엇을’만 알려졌고, ‘어떻게’ 에 대해선 설왕설래로 문제를 증폭시키는지 물정 모르는 서생, 선밥 먹다 걸린 사람처럼 가슴 답답하다. 잘못됐다고 고개 숙여 국민에게 한마디 했다면 구질구레하지 않았으리라. 한마디 말이 어려운가. 어째서 마음을 닫는가. 시간을 끌다 보니 일이 점점 어려워져간다. 지금도 늦지 않다. 길은 하나, 일을 더는 키우지 말아야 한다.
언어가 너무 거칠고 속되고 조악하다. ‘방탄’, ‘사법리스크’, ‘피의자’, ‘살의’, ‘겁박‘, ‘정신 나간 사람들’….
말이 금도(襟度)를 벗어나면 도끼로 변한다. 신뢰가 산산조각 났는데 무슨 국정이고 민생인가. 고성에, 손가락질에 나라의 최고 대의기관인 국회가 난장판이 됐다. 섬뜩한 얘기를 하게 된다.
나는 요즘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이 아닌, 협잡꾼으로 보일 때가 있다. 국사를 논함에 무슨 방탄이고 사법리스크인가. 삿대질에 고래고래 고함질이라니.
그러고 어떻게 다시 만나 의정을 논의할까. 국민들에게 나설 낯이 있는가. 참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합의하지 못하면 자리를 떼거지로 비워 버리고 상대를 몰아세우기에만 혈안이다. 학생들 모의국회에서 한 수 배우면 어떨까.
빗대거니, 요즘의 우리 국회는 건져낼 건더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맹탕이다. 옛날엔 국거리가 마땅치 않으면 한 움큼 쓴나물을 뜯어 넣었다. 그러면 풍미(風味)가 우러났다.
제발 맹탕만은 면해야 한다. 빛나는 배지, 국회의원 체면이 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