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뒤 엿새 만에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의 책들이 누적 판매 100만부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량이 3.9권에 불과하고, 성인 10명 중 6명이 아예 책을 보지 않는 등 독서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독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산술적 가치를 넘어 독서문화의 부흥을 알리를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 결과 5848명의 전국 초·중·고 교원 중 92%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다.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라고 답하고, 금일을 금요일로,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사흘을 4일로 이해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단어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못 나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 치르기가 곤란할 정도라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과 독서 부족이 꼽혔다.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 언어로 대체됐을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이는 학습능력과 지적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개인 간 격차의 문제를 넘어 계층 격차 확대, 사회통합 저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는 사회의 지적 기반을 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어릴 때부터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터넷 언어나 미디어 중심의 정보 습득을 위한 ‘읽기’만이 전부인 일상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문해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 문해력 진단과 분석을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등이 모두 문해력이다.
한강 신드롬으로 인해 새로운 독서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는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책 읽는 문화만이라도 지속적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