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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Oct 31. 2024

‘무심(無心)’과 ‘용심(用心)’, 또다른 ‘용심’

김승종 논설실장



얼마 전 친구가 갑자기 “무심과 용심의 뜻을 아느냐”고 물었다.




마음을 비우는 ‘무심’이야 그렇다치고 ‘용심’은 어떤 용심을 말하려는 지 헷갈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무심(無心)은 ‘감정이나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으로 기술돼 있다.




불교 용어로는 ‘속세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다시 말해 ‘세속의 일에 관심이 없이 초연함’을 뜻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집착이 없고 분별이나 망상을 일으키는 마음이 없고, 그것에 대해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속세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차원에 이른 것이 무심이다. 원불교대사전에 따르면 마음 수양의 단계를 집심(執心), 관심(觀心), 무심, 능심(能心)의 네 단계로 구분한다. 집심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열중하는 것이고, 관심은 마음의 본바탕을 바르게 보는 것이며, 능심은 진리와 하나가 된 경지를 말한다.




다만, 일반 중생들이야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무심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용심(用心)은 ‘마음 씀씀이’를 말하며, ‘마음을 잘 써야 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용심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개인은 물론 세상의 길흉화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불교의 가르침인 ‘자비(慈悲)’도 용심의 지향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용심을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할 것이다.




용심은 또 순 우리말로 ‘남을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이라는 뜻도 있다.




‘시어머니 용심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옛말이 있다. 옛날 시어머니의 심통으로 인해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던 며느리들의 고충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불교에서 ‘수행은 쉬우나 오심(悟心·깨달은 마음)이 어렵고, 오심은 쉬우나 치심(治心·마음을 다스림)이 어렵고, 치심은 쉬우나 무심(無心)이 어렵고, 무심은 쉬우나 용심(用心)이 어렵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모든 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깨달음을 얻고자 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비우며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권은 어떤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만을 위해 상대를 질시·비난·저주하는 용심으로 온통 아귀다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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