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2014년 개봉한 국제시장은 무려 1426만명이 관람한 천만 관객 영화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엔 말다툼을 벌이던 주인공 부부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싸움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는 장면이 나온다.
1970~80년대엔 그랬다. 매일 해 질 무렵 국기강하식 때면 전국에서 모든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동작 그만’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극장에서도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관객들은 일어나 국민의례를 해야만 했다.
▲국민의례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예를 표하는 일련의 격식이다. 각종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이하 공식 행사) 등에서 행한다. 국가 기념일, 올림픽 개막식 등 대통령 등이 임석상관인 공식 행사에선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전 세계 어딜 가나 똑같다.
우리나라 공식 행사에서 첫 번째 식순은 대부분 국민의례다. 정부는 국민의례의 올바른 시행과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2010년 관련 규정을 제정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으로 절차가 총 3가지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국민의례가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그 행사를 주최하는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의 경우 상대 국가(國家)들의 선수 입장 직후 양 팀 국가(國歌)들이 연주ㆍ제창된다.
그러면 경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목적의 프로스포츠는 어떠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 중 국민의례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종목은 야구뿐이다. 지난 시즌(2023-2024)까지 행했던 농구가 이번 시즌(2024-2025)부터 자율화된 거다. 축구와 배구는 아예 하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전 국민의례를 리그 규정으로 명시한다. 이를 보면 경기 개시 직전에 애국가가 방송될 때 벤치 내에 있는 선수는 벤치 앞에 나와 정렬하며, 기타 경기장 내에 있는 심판위원과 선수는 모자를 벗고 국기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프로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에선 야구, 농구 등 주요 경기 시작 전 애국가 제창을 한다. 1ㆍ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국민의례가 미국 프로스포츠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역시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