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용 설명서 53편_브랜드 커뮤니케이션 4
백화점 1층이나 면세점 명품 화장품 매장은 차치하더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더페이스 샾',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미샤 플러스'등 수많은 브랜드 화장품 매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화장품 회사에서 매장을 통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지만 70년~80년대에는 가가호호 방문하여, 소위 방판이라는 직접 대면 판매를 했습니다.
지금은 낯선 모습이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정감 어린 모습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여성들이 얼굴에 마스크팩을 얹고 수다를 떨며 화장품 방문판매원은 누워있는 여성의 얼굴을 마사지하면서 어떤 화장품이 왜 좋은지 열심히 설명하죠. 이는 70~80년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당시 화장품 구매의 주된 유통경로는 방문판매였죠. 고객 집을 직접 방문해 개개인에게 최적의 카운슬링을 통해 상품 구매를 도와주는 유통 시스템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 유통구조에 큰 획을 그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품 방문 판매원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사회 트렌드와 프리미엄화 되어가고 있는 소비자 행동이 원인이죠. 요즘은 80년대처럼 가정집을 내어 줄 사람도 없고, 삼삼오오 모이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covid19로 인해 더욱더 방문판매는 힘들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한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대안이라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영국 남부 도셋 지방의 항구도시 풀(Poole)에 본사를 둔 'LUSH'라는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LUSH
LUSH는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형형색색의 수제 비누와 입욕제로 인기가 높은 브랜드입니다. 1995년에 설립되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2016년 매출 7,230억 파운드(약 1조 484억 원)를 기록하며 창업 22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했습니다.
LUSH의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LUSH를 간단히 소개하면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위해 대부분의 스토어가 같은 디자인을 추구하고, 안내문, 제품명, 가격 등의 폰트는 LUSH에서 사용하는 러쉬체를 사용해서 작성합니다. 매장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으며 LUSH의 슬로건 'Fresh Handmade Cosmetics'처럼 핸드메이드, 친환경, 동물실험 반대, 인권 향상, 차별 없는 브랜드 등을 지향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아래의 Fighting Animal Testing 로고는 LUSH의 매장이나 제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LUSH의 동물실험 반대의 가치관을 나타내죠.
실제로 LUSH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는 동물테스트를 전혀 하지 않는 제품만 나와 있고, 모든 제품은 비건 또는 베지테리언입니다. 베지테리언 제품은 동물이 들어간 제품을 쓰는 게 아니라 단지 동물성 제품인 우유, 벌꿀 등을 사용해서 비건이 아닌 베지테리언으로 표기하는 것이죠. 또 신기한 것은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유통기한 부분을 살펴보면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해당 얼굴은 각 나라에서 해당 제품을 제조한 직원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표기하여 재미요소까지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제품 모두 먹을 수 있는 실제 식품이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식품이 들어가는 비슷한 브랜드인 '스킨푸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LUSH는 스킨푸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방대하고 많은 양의 식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명한 '마스크 오브 매그너민티'는 민트가 들어가고 '와사비 샨 쿠이' 샴푸에는 와사비가 첨가되어 있으며 '페얼리 트레이디드 허니' 샴푸에는 꿀이 61%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비싼 천연재료를 사용해 수제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LUSH가 20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비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패키징은 저렴하게
LUSH는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광고를 최소화하며, 패키징을 화려하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가를 절감하면서 제품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오너의 의지입니다. 전통적으로 뷰티 산업은 화장품을 포함해서 패키징을 중요시 여기죠. 복숭아, 바나나 등 과일 모양의 독특한 포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국내 화장품 '토니모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LUSH의 경우는 다릅니다. 매장에 가보면 비누나 입욕제 같은 고체 상품들은 별도의 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여 어떻게 보면 투박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패키징을 안 하는 것이 단지 비용 절감 때문 만은 아닙니다.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컬러풀한 제품의 고유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패키징을 하지 않으니 강한 향기는 덤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죠. 전 세계 어디서나 LUSH 매장 앞을 지나가면 강한 향기 때문에 걸음을 멈추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패키징을 하지 않아 제품 노출을 극대화하면서 비용 절감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광고는 최소 비용으로
화장품 모델하면 당대의 미녀, 미남 스타가 떠오릅니다. 고소영, 장동건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송혜교, 제니까지 화장품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것은 미녀, 미남 스타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LUSH는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메이저 화장품 회사들이 매출의 20~30%를 광고에 쏟아붓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이 이유는 LUSH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소비자들이 기업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 활용
LUSH가 광고비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시각적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죠. 또한 화장품 업계 특성에 맞게 LUSH 팬을 자청하는 유명인사들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모든 화장품 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SNS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죠.
앞에서 이야기한 SNS 커뮤니케이션외에 LUSH는 자신들만의 특이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품 네이밍을 통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입니다. 예를 들어 붉은색 입술 보호제의 이름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키스와 함께 시작한다'이고 세안제의 경우 직장인의 지친 피부를 가꿔 준다는 의미에서 '나인 투 파이브'라고 네이밍 했습니다. 또한 모양에 따라 '사이클롭스' 나 '에일리언', '스크리모', '고스티' 등 재미 요소를 넣어 고객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매장 환경의 차별화
화장품 업계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좋은 공간은 바로 매장입니다. 그러한 매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오너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인 거죠. LUSH의 경우 매장을 찾은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는 신선 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LUSH가 가장 신경 쓰는 곳도 바로 매장이죠. LUSH 매장에 가보면 화장품 매장이라기보다는 세련된 유기농 식품매장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LUSH 창업자가 매장의 진열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과일매장에서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매장도 마치 외국의 과일가게나 식료품점같은 느낌이 들고 비누와 입욕제를 사과와 귤같은 과일을 쌓아놓은 모습을 연출해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진정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매장에 물을 담은 넓은 비커 같은 용기를 가져다 놓고, 입욕제를 넣어 거품이 나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별점입니다.
업의 본질에 입각한 사회공헌 활동
LUSH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위에서 언급한 '동물 실험 반대'입니다. LUSH는 동물 실험을 조금이라도 한 업체와 거래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예로 중국이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은 수입할 수 없다고 하자 중국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며 50조 원이 넘는 시장을 포기한 적도 있었죠. 이익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핵심 가치와 모순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팜 오일(야자유)의 소비 증가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그곳에 동식물들의 생존이 위협 받자 비누 제조에 있어서 중요한 재료인 팜 오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오히려 다른 업체와는 색다르게 해바라기 씨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 등을 섞어 만든 비누에 식물 성분과 에센셜 오일을 첨가해 수제비누를 만들어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선한 기업,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한 사례입니다.
러쉬코리아 홈페이지 하단에는 그림과 같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항상 게시하고 있습니다. 'Naked! Packaging', 'Handmade', 'Freshest cosmetics online', 'Fighting Animal Testing', Ethical Buying', '100% vegetarian' 이 것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항상 잊지 않고 상기하여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LUSH라는 브랜드가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안광호, 한상만, 전성률, 전략적 브랜드 관리. 2019. 학현사
조선일보, 2018.6.26
이코노미조선, 2017.12.6
나무 위키, LUSH
발행일: 2022년 9월 27일
최종 수정일: 2022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