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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킥 Oct 25. 2022

단순 노출 효과

브랜드 사용 설명서 56편_브랜드 커뮤니케이션 7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노출 빈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 과한 빈도의 노출은 소비자에게 피로감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적당한 노출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7편 효율적인 광고비 지출 방법’에서 ‘광고 마모 효과’를 이야기하면서 다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약간은 상충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단순 노출 효과는 ‘16편 브랜드 인지 편’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저관여 제품의 경우에는, 브랜드 혹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인지도가 높아져서 호감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론인데요. 제가 연예인인 박명수와 JYP, 조세호의 예를 들면서 약간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못생기고 어색하게 생긴 비주얼이지만 지속적으로 TV와 매체에 노출이 돼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친숙감이 형성돼서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 기억나시죠.


에펠탑 효과


 단순 노출 효과는 심리학에서 에펠탑 효과라고도 불립니다. 이 용어가 나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프랑스는 에펠탑을 건립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에 가면 무조건 보고 사진 한 장 찍어와야 하는 명소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이 탑의 건립을 놓고 프랑스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이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운 파리 분위기를 완전히 망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에펠탑을 20년 후에 철거하기로 약속하고 건설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에펠탑이 건립되었는데, 매일 이 탑을 보게 되니, 무의식 중에 그 탑을 자주 보게 된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그 탑에 정이 들게 되었고, 결국 에펠탑은 철거되지 않고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훌륭한 건축물로 인정받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이 되었죠.


 에펠탑 효과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흔하고 쉽게 이용되는 효과인데 소비자에게 단순 반복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형성시키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러니 단순 노출 효과와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셔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PPL(Product PLacement)


 미디어가 발달된 요즘, 반복 노출 효과가 가장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PPL(Product PLacement)입니다. PPL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인데요. 화면 속에 제품 브랜드를 배치,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PPL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더 이야기하면 세계 최초의 PPL은 1945년 미국 워너 브라더스사가 제작한 ‘밀드리드 피어스(Mildred Pierce)’에서 나온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PPL의 성공을 말한다면 단연 198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입니다. 당시 이티에 등장한 Hershey사의 ‘Reese’s Pieces’라는 초콜릿 캔디는 개봉 3개월 만에 66%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출처: 영화속 다양한 간접광고]


 PPL 광고는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영화 ‘부시맨(THE GODS MUST BE CRAZY)’의 코카콜라, ‘피아노(The Piano)’의 야마하 피아노,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페덱스(Fedex)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앞의 3개의 영화는 영화 스토리의 매체가 되는 제품을 해당 브랜드로 PPL 한 사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부시맨으로 알려져 있는 ‘THE GODS MUST BE CRAZY’의 경우 포스터와 스토리도 해당 브랜드의 PPL을 시도한 경우죠.


숨은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사실 부시맨은 1980년도에 나왔던 영화로 앞에서 말한 ET보다 먼저 개봉된 영화이고 피아노는 제목부터가 피아노여서 야마하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오해도 있었고, 캐스트 어웨이의 경우 페덱스 로고만 70분 이상 노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PPL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시맨, 피아노 포스터, 캐스트 어웨이 캡처]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초반 PPL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1992년 김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수, 심혜진이 주연을 맡은 ‘결혼이야기’가 효시라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시 극 중 신혼부부인 최민수와 심혜진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모두 삼성전자에서 협찬받은 제품이었습니다.


최근에 PPL로 유명해진 화장품 브랜드가 있습니다. 2020년에 설립된 ‘가히’라는 브랜드인데요. 출시된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은 신생 브랜드지만 PPL은 브랜드명대로 가히 폭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히’의 PPL은 주로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데요. 가끔 뜬금없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전혀 상관없는 컷에서 주력 브랜드인 멀티밤을 가지고 얼굴에 화장하는 것이 나오곤 합니다. 2022년 최고의 드라마 화제작 중에 하나이고 PPL이 없는 드라마로 유명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가히가 등장할 정도로 대단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PPL은 단순 반복 노출을 통해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브랜드가 인식되도록 하는 활동에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처음처럼


 단순 노출 효과는 단지 앞에 언급한 연예인들의 예나 에펠탑 사례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아닙니다. 반복적 노출로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처음처럼’입니다.


'처음처럼'은 두산에서 2006년도에 출시한 소주입니다. 참이슬이 깨끗함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처음처럼을 출시하고 새롭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합니다. 처음처럼은 참이슬보다 낮은 도수이고, 알칼리 환원수로 만든 세계 최초의 소주로서 소주는 ‘쓰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부드러운 소주’를 강조한 제품입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도수 높은 소주를 꺼리는 20~30대를 타겟으로 잡고 이 계층에 어필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스타인 이효리를 앞세워 ‘흔들수록  부드럽다’라는 메시지를 춤과 노래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한 광고를 집행합니다.


 이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을 하게 되고 광고가 집행이 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처럼'뿐 아니라 모든 소주는 왠지 흔들어야 맛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의 이와 같은 행동은 '처음처럼'의 반복적인 ‘흔들어라’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처럼 광고_2007]


 낯선 것도 자주 보게 되면 친숙하고 정이 가는 법이고 반복적인 행동 역시 자주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저희 세대에는 두통이 생기면 효과 빠른 두통약 ‘게보린’이 생각나고 몸이 피곤할 때에는 피로회복제 '박카스'가 생각나죠. 요즘 MZ세대에는 ‘타이레놀’과 ‘비타 500’이 생각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반복 노출 효과는 어떠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될까요? '하버트 크루그만'이라는 심리학자는 소비자가 브랜드 광고에 반복 노출되면서 가지게 되는 심리적 효과를 3단계로 설명했는데요. 1 단계, 처음 광고를 보면 ‘저 브랜드는 무엇일까?’라는 기본적인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2단계 동일한 광고를 두 번째 보면 ‘저 브랜드는 어디에 쓰는 거지?’라고 유사 브랜드와 비교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3 단계, 마지막으로 세 번째 동일한 광고를 보면 ‘저거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며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복 노출 효과는 소비자에게 ‘친숙함’을 형성해주고, 소비자는 친숙함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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