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용 설명서 57편_브랜드 커뮤니케이션 8
지금은 길거리 자판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거나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더욱더 낯선 모습이죠. 이번 편에서는 길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yKreme Doughnuts)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도넛 브랜드는 '던킨(DUNKIN')'과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yKreme Doughnuts)'입니다. 일반적으로 '던킨'이 더 전통적인 도넛 회사라고 알고 있지만 '던킨'은 1950년에 설립됐고,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던킨'보다 13년 먼저 설립된 회사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던킨'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나라 오픈 연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건 '던킨'이 1983년이고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2004년이니 소비자들은 원조 도넛은 '던킨'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선두기업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두 개의 브랜드가 같은 도넛이라도 확실히 맛에 대한 차이가 있는데요. '던킨'은 담백한 도넛을 추구하는 반면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단짠의 전설이라고 할 만큼 중독성이 강렬한 도넛입니다. 이번에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2004년도에 아시아 최초로 신촌에 오픈을 하게 됩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유학시절 즐겨먹던 도넛이라서 직접 도입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현재 125개가 넘는 점포가 운영 중이고 저도 중독성이 강한 도넛이라 배가 고프면 2~3개는 단숨에 먹을 수 있는 도넛입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오픈 당시 아주 생소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유명했습니다. 바로 'HOT NOW 네온사인'인데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시그니처 제품은 '오리지널 글레이즈(Original Glazed)'입니다. 오리지널 글레이즈가 오븐에서 구워져 나오는 시간을 'HOT NOW 네온사인'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시간에 매장에서 공짜로 소비자에게 오리지널 글레이즈를 1개씩 제공하는 마케팅을 'HOT NOW 네온사인'이라고도 하죠. 또한 고객들은 무료로 받은 도넛을 먹으면서 매장 안에서 기계로 도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직접 보면서 간접적인 제빵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픈 초기 'HOT NOW 네온 시간'이 되면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은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사진을 이루곤 했었습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미리 맛보고 구입하게 하는 건데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미리 주기하여 도넛을 시식해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도넛을 구입하게 한 것이죠. 매장에 들어간 소비자들은 공짜 도넛을 먹고, 도넛의 맛도 맛이지만 그냥 나오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우니 도넛을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주기'는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리건(Regan, 1971)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빚진 만큼 갚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상대방이 그 물건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그것을 되돌려 주려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미리 주기'는 소비자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므로 구매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의 출시나 주위에 경쟁 매장이 많을 경우 아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입니다.
미리 주기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업종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화장품입니다. '미리 주기'라는 것이 고객이 원하기 전에 고객에게 호의를 베풀어 순응을 이끌어 내는 것인데 화장품 업체에서는 샘플을 이용하여 미리 주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죠.
코로나 팬데믹 전에 강남역, 신촌, 명동 등과 같은 번화가에서 화장품 매장이 경쟁하듯 오픈한 적이 있는데 그 많은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길거리에 판촉사원(내레이터 모델)을 앞세워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며 매장 방문을 유도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들은 샘플에 이끌려 매장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게 되죠. 바로 고객들에게 이런 심리를 자극하여 구매를 하도록 하는 것이 미리 주기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학습지나 콘텐츠 학습과 같은 교육업계도 이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무료 학습 2회와 같은 방법으로 학습을 미리 진행하면, 2주가 지난 후에 고객들은 미안해서라도 1개월 연장을 하게 되죠. 이런 심리를 이용한 방법으로, 온라인 학습에서는 무료 학습 쿠폰을 발급해서 서비스를 진행한 후 구독을 유도 해 학습을 연장하는 전략을 많이 이용합니다.
최근에 미리 주기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하는 곳이 음식점의 맛 평가 서비스입니다. SNS를 통해 홍보를 해준다거나 평점을 작성해 주면, 음료 등이 공짜라는 식으로 많은 음식점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주문할 때 서비스를 주겠다고 하면 좋은 평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고객들은 음식을 주문하면서 이미 평점 작성에 대한 대가를 미리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채의식을 느껴서 더 긍정적인 평점을 준 것입니다.
'미리 주기'는 생각보다 많이 쓰이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여러분들의 브랜드에 적용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마케팅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
로버트 치알디니 (2019). "설득의 심리학1(리커버 에디션)" 21세기북스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최종 수정일: 2023년 01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