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계곡 캠핑장이경관 사장
저만치 포천계곡 캠핑장 입간판이 보인다. 금요일 오후, 한 지인이 운영 중인 야영장을 찾아 서울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여 만에 도착한 곳이다.
승용차가 주차 장소를 물색하는 순간 평상에 앉아 있던 장년 남자가 급히 달려오며 일행을 맞이한다. 그 순간 속된 말로 ‘깜놀’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분명 2년 전 서울에서 늘 만나던 이경관 사장이 우리를 맞고 있었지만 배가 나온 비만의 거구 체력은 늘씬한 ‘상남자’로 변신해 있었다.
마포에서 40여 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던 이경관 사장은 2년 전 홀연히 떠났다. 공기 좋은 포천 계곡에서 캠핑장을 운영하겠다는 뒷말만 들려왔다. 워낙 활동력이 왕성한 분이라 가끔 서울에 나타날 법도 하지만 눈에 잘 띄는 그 거구를 드러내지 않는다. 도시가 싫어졌나 하고 여기던 차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이사장의 캠핑장 방문을 제안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에 인원수를 가까스로 조정한 끝에 현장 점검에 나선다.
포천계곡 캠핑장은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한쪽은 계곡을 끼고 있는 캠핑장이고 길 건너편에는 작은 문 벨리 펜션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캠핑 장비를 갖추지 못한 탓에 우리 일행은 펜션에 자리를 잡는다.
캠핑의 최고 매력은 역시 맑은 공기와 함께 야외 파티이다. 잔잔한 숯불 곁에서 삼겹살 구이와 소주 한잔 걸치는 입담 잔치 아닐까? 화덕 파티와 캠프파이어 즉석 노래 무대로 이어진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삶과 만남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궂은 날씨로 밤하늘의 별은 사라졌지만 ‘6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랫말처럼 저 가슴 한편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금세 이사장의 ‘귀촌 일기 2년’과 그의 인생보에 빠져든다.
이사장은 전주 태생이다. 부모님의 건강한 체력을 물려받아 성년이 된 후 이사장의 몸무게는 100kg을 넘나 든다. 40여 년 전 전주에서 마포로 이주한 뒤 음식점 경영에 뛰어들었다. 포장마차 수준에서 출발하여 ‘대패 삼겹살’ 맛집으로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건장한 체구만큼, 두 주 불사를 자랑하던 이사장은 주변 지인에게 퍼주기를 좋아하는 ‘관계의 손’이 아주 큼직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다. 그만큼 사업 경영에서 우여곡절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40여 년 그렇게 이어진 도시 생활이 이사장과 가족에게 남긴 것은 ‘만성 질환’의 악순환이다. 고혈압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당뇨 수치가 올라간다. 아침마다 한 줌의 각종 약을 입에 넣고서야 일과가 시작된다. 급기야 인슐린 처방까지 피할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암이 찾아온다. 그렇게 도시 병이 깊어갈 무렵, 도시 탈출을 계획한다.
10여 년 전 추후를 기약하며 물 맑고 공기 좋다는 포천 계곡에 2000여 평 남짓의 토지를 매입한다.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곳이지만 당장 내려갈 수 없어 지인에게 관리를 맡겨둔다. 포천계곡 캠핑장의 탄생 이야기이다.
서울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정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만성질환의 도시병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운영하던 신촌의 팝 레스토랑을 또 다른 지인에게 넘기고 무작정 포천 계곡으로 달려간다.
귀촌 생활은 힘든 육체노동의 연속이다. 부실한 야영장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에도 수십 바퀴 왕래하며 낡은 것을 고치고 필요한 것을 설치한다. 전원 공급시설, 조명장치, 경계석 정리, 파쇄석 깔기, 맨 흙 정리 등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그렇게 1년여를 오직 일과의 전쟁을 벌이고 나니 캠핑장은 어느덧 제 얼굴을 갖춘다. 전기, 온수, 화장실, 샤워실, 취사장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에 큰 불편이 없을 만큼 개선됐다. 때마침 길 건너 펜션 부지가 매도 물건으로 나온다. 내친김에 다소 무리를 무릅쓰고 영농자금을 대출받는다. 펜션 6동을 짓는다. 인테리어는 미니 사우나 시설부터 침실, 거실, 계단까지 모두 편백나무를 선택한다. 주변 편백나무 숲을 실내 공간으로 가져오자는 나름대로의 힐링 콘셉트를 건축에 반영한 셈이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지난 2년의 사투는 이사장의 신체에 그대로 기록된다. 100kg이 넘던 거구에서 18kg이 줄었다. 도시와 지난 삶의 찌든 때가 산촌의 땀방울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혈압약과 인슐린을 끊거나 줄이는 등 만성질환도 양호한 관리단계로 접어든다.
포천계곡 캠핑장 안내 사이트에 들어온 한 이용자의 댓글 내용이다.
“잘 놀다 왔어요~
쥔장님 바뀌고 첫 캠핑 갔는데 99프로 만족하고 왔어요. 큰 사장님 작은 사장님 가족분들 모두 아주 친절하시고 개수대 및 화장실 , 샤워실 완전 깨끗!!!!!
수시로 다니시면서 음쓰랑 쓰레기 청소하시고 정리하시고 아주 바쁘시더라고요~
같이 간 사람들 모두 특히 여자들이 완전 감동받았어요 화장실에 비누도 있고 휴지도 있고 관리 정말 잘하신다고.. 다른 캠핑장은 휴지나 비누는 다 개인이 챙겨가야 하는 곳도 많아서요
건너편에 펜션도 같이 하신다니 겨울엔 펜션도 이용해봐야겠어요.
조명도 예쁘게 달려 있고 아주 좋았어요.
다만 1프로 아쉬웠던 점은 전엔 계곡 물이 많아서인지 흐르는 물이라 놀고 나와도 옷에서 물비린내 같은 게 안 났었는데 올핸 물이 적어서인지 놀고 나왔는데 물비린내가 좀 나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흘러서 괜찮을 거 같은데 하늘에 빌어야겠죠??ㅋㅋ 매점 뒤 개수대에 탈수기도 있더라고요. 캠핑을 좀 아시는 사장님들 덕분에 깨끗하고 편한 캠핑하고 왔네요.
휴가 때도 미리 예약해놓았고요 걱정 없어요~~ 지금도 보니 예약이 꽉 차있던데 ㅋㅋ 대박 나실 거예요^^”
이사장의 인생 보는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그래도 지난 2년 동안 행운의 여신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더믹이 지구촌을 급습하기 직전에 서울 도심 한복판의 팝 레스토랑을 손절할 수 있었던 것은 1차 행운이다. 더욱이 물 맑고 공기 좋은 심산유곡에 코 로빅 피난처이자 치유의 공간을 열 수 있었던 것은 2차 행운이다. 노력과 배려의 삶으로 점철된 이경관 사장이 던지는 인생보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