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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규 Jun 29. 2021

수국과 고사리가 주는 교훈

평강 랜드의 수국 축제에서 느낀단상

포천 평강식물원의 수국 축제(4~9월)에 다녀왔다. 2006년 개장한 평강 식물원은 국내 자생식물은 물론 멸종 위기 식물을 보존하면서 이야기가 있는 수목원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수국은 여름꽃이다. 

연분홍 봄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은 꽃 잎들이 무리를 지어 은은한 빛을 발하는 모습은 '냉정'이라는 꽃말처럼 청량감을 선사한다.

수국은 변신의 천재이다.

분홍색, 보라색, 군청색, 흰색, 연보라 등 다양한 색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한 종류의 수국이라도 뿌리를 내린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한다. 산성인 땅에서는 청색 계통, 알칼리성 땅에서는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한 뿌리에서 피는 꽃도 가지마다 색깔이 다르고, 피는 시기에 따라 다른 색상을 갖는다.  

정치도 수국을 닮은 측면이 있다. 

우선 무리를 지어 권력의 꽃을 피우는 모습이 그렇다. 꽃잎 한 장의 수국이 여름철 청량감을 줄 수 없듯이 유능한 한 정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정치인들이 계파 등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유이다.

한 정치원로는 장수 정치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깃털처럼 가벼운 처신'이라고 응답한다.  높은 빌딩에서 추락할 때 물체가 무거울수록 추락의 충격파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반면 깃털을 떨어뜨리면 사뿐사뿐 내려앉으면서 충격도 적고 채 공 시간도 길어진다.

사석에서 웃자고 한 얘기이지만 변화무쌍한 정치 현장의 세태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처신법이다. 

그러나 수국과 정치의 변신은 차이가 있다.

수국의 변신은 무죄이다. 고집하지 않고 기꺼이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주변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만큼, 플러스 변신이다. 토양 환경과 꽃잎 색상의 조응은 환경 적응이다.  무리를 짓는 것은 혼자의 부족함을 메우는 것이다. 

정치의 변신은 무엇일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까? 아니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기애타(愛己愛他)일까?

정치인의 무리,  소위 계파정치는 자신들의 보호막일까? 아니면 정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집단일까?

최근 한국정치를 흔들고 있는 이준석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분명 MZ 세대는 기성 정치인들의 변신과 무리 짓기가 애기애타보다는 애기애기(愛己愛己)로 비판하는 것 같다. 더욱이 이 같은 MZ세대의 반란에 많은 국민들이 동조하고 있다. 

수국과 정치를 넘나들다가 물의 정원 내 고사리원에 시선이 머문다. 고사리는 고생대부터 가장 오래 동안 살아남은 식물로 짝이 없어도 홀로 번식이 가능한 포자식물이다. 건강한 잎에서 3억 개의 포자를 생산하여 10년 이상 생존한다. 

고사리의 생명력은 무엇일까? 화려한 꽃이 피지 않아도 많은 포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단순한 정체성은 아닐까? 무리의 힘에 기대기보다 자체 생산력을 지켜온 힘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찾은 식물원에서 수국원과 고사리원을 넘나들며 '자연 친화적인 정치' 여행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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