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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규 Jul 13. 2021

네거티브를 극복하라

20대 대선 팩트체크 1

네거티브를 극복하라


선거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측면은 민주주의 꽃으로서 정치 축제의 장이다. 다른 면은 다양한 병법과 정치 공학이 활개 치는 전쟁 게임이다.

스파르타 전쟁

이 같은 축제 또는 게임으로서의 선거 캠페인이 작동하는 주요 동력은 무엇일까?

권력 의지를 향한 이미지 전쟁을 주요 엔진으로 꼽을 수 있다. 나의 이미지는 긍정적 요소를 확대하고 부정 요소는 축소한다. 물론 상대 이미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역작용이 필요하다. 그냥 만들어질 수 없다. 긍정(Positive), 부정(Negative)의 변수를 수학의 미적분 공식에 투입하여 확대할 부분은 적분하고 축소할 부분은 끊임없이 미분한다. 선거에서 이미지 캠페인이 작동되는 원리이다.

부정(Negative) 변수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겉으론 정책 선거를 외치면서도 속으론 네거티브 팀을 어딘가에 작동하는 이유이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정면에 받아들이면 문제는 달라진다. 네거티브에서 긍정의 힘은 선거 축제로 활용하고 부정의 힘은 철저한 게임 논리로 활용해야 한다.


<네거티브의 달콤한 유혹>

선거 때마다 유독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은 이를 ‘네거티브 파티젠십( Negative Partisanship)’으로 설명한다. 정책 홍보의 포지티브 캠페인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어 반사 이익을 얻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정치학자 크리스 베버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당원들은 자신들 지지 정당에 대해 열정적이지만 상대 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90년대 초반 이후 정당 지지의 양극화 현상이 시작되면서 공화당 정치인들의 우경화와 민주당 좌경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공격하여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취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역사적으로 이를 적극 활용한 사례가 히틀러이다. 극도의 혼란스러운 정치 경제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표출하는 출구로 유대인을 공격한다. 과격한 언행으로 대중을 흥분시키고 ‘대학살’을 통한 인종 척결을 통해 독일 민족을 지킬 수 있다고 선동한다.  자신의 선거 환경이 불리할 때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이 횡행하는 현대 정치와 유사한 측면이다.


https://youtu.be/c1Tn6qqQRYg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면?>

온라인 정치 저널 폴리티코의 선임 에디터 데이비드 마크는 네거티브 전쟁을 다룬 자신의 저서 ‘Going Dirty’에서 ‘네거티브는 민주 정치의 장애물일까?’라고 자문한다. 그 답은 다소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건강한 민주 정치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의 주장은 이렇다.  선거에 나서는 어떤 후보도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공직 자격이 없다’고 고백하지는 않는다. 결국 상대 후보가 네거티브 운동을 펼쳐야만 검증이 시작된다. 단순한 보조 장치를 넘어 후보의 객관적 자질을 검증하는 주요 수단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긍정론은 공직 후보의 자격 조건으로 공적 활동은 물론 사생활에 대해서도 엄중한 비판과 검증의 감수를 요구한다.  네거티브 공세를 회피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선출 직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셈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유권자들의 반응으로 결정된다. 결국 유권자가 받아들일 만한 범위에서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네거티브의 역설>

폴리티코 에디터 마크는 네거티브 전략의 긍정론을 펴면서도 단서를 잊지 않는다.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실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상대 후보에게 지나친 압박을 가하면 득 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균형 저울

더욱이 마타도어(matador), 흑색선전 수준으로 치달으면 그 폐해는 해당 선거는 물론 민주 정치 과정에 적잖은 폐단을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마타도어는 스페인어의 ‘죽이는 사람’에서 유래한다. 투우 경기에서 소를 유인한 뒤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역의 투우사를 지칭한다.  어원에 숨겨진 것처럼 마타도어는 거짓 폭력으로 상대 후보를 죽이려는 음모를 내포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사실에 근거한 제한된 범위 내의 전술적 선택인 점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사실 근거 없이 상대 후보를 비방, 음해할 목적의 흑색선전은 분명 선거의 암적 존재이다. 특히 현대 선거에서 SNS를 통해 온갖 유언비어를 퍼 나르며 가짜 뉴스를 대량 유포함으로써 민주주의 선거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네거티브는 합법인가?>

공직선거법 제110조와 제250조는 후보자 등의 비방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운동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생활을 비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를 연설이나 신문방송, 벽보 등 다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서 조항이 있다.  네거티브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이라고 판단될 때는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네거티브 또는 흑색선전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독일은 2016년 총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에 달하자 2017년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 방지법’을 제정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혐오 발언을 담은 영상이나 가짜 뉴스의 삭제를 의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는 쿨하게 진단한다>

2004년 로욜라 대학의 조안 필립스 교수 팀은 2004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선거 캠페인 영상을 주제로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들 중 14%는 네거티브 TV광고를 시청한 후에 네거티브 광고를 실행한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물론 확실한 부시 또는 케리 지지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중도 층 또는 약한 지지 층은 네거티브 광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네거티브는 인간의 본성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이는 부정 성 효과(negative effect) 또는 부정 편향성(negativity bias)에 기인한다”라고 진단한다.  사람을 평가할 때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 정보에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선거 국면이나 사회적 이슈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나 가짜 뉴스가 흥행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강원택 교수도 2009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지지 층을 대상으로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에 대한 지지자들의 영향력을 조사했다.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력을 준 사안으로 ‘BBK 의혹’을 꼽은 응답자가 실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75.4%였다. 반면 다른 사안으로 답한 응답자의 이 후보 지지율은 89.6%였다. 이 후보의 14.2% 지지자가 BBK 네거티브 캠페인 영향으로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거티브 공격 엔진은?>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에 대해 유권자들은 좋은 방법이라고 적극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체적 사실로 확인된 후보자의 개인 비리나 의혹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선거 방법’ 정도로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팩트에 기반한 네거티브 공격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자극할 네거티브 공격 방법을 찾는 것이다..

첫 번째 해답은 유권자에게 있다. 해당 선거 환경에서 유권자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급소를 공략하는 방법이다.

존슨 후보의 데이지걸 tv 광고

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존슨 후보는 공화당의 골드워터 후보를 네거티브 TV 광고 한방으로 녹다운시켰다. 당시 선거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소련과 핵전쟁 위기를 넘긴 상황에서 치러진다. 이때 공화당 골드워터 후보는 ‘크렘린에 미사일을 터트리고 싶다’ 등의 핵전쟁 발언을 쏟아낸다.

민주당 존슨 후보 측이 이를 놓치지 않는다. 핵전쟁으로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들판에서 꽃을 따며 꽃잎을 세는 한 소녀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한 뒤 핵폭발로 이어지는 30초짜리 광고를 내보낸다.  단 한차례 광고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존슨 후보는 61.1% 대 38.5%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골드워터 후보에 압승했다.

둘째는 지지층이 뭉칠 수 있는 자락을 깔아준다.

미국 공화당의 베테랑 선거 전략가인 로저 스톤은 72년 닉슨 캠페인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하여 레이건(80년, 84년), 밥돌(96년), 조지 부시(2004년), 롬니(2008년), 트럼프(2016년) 캠프를 거치면서 ‘워싱턴의 암살자’로 불리며 40년 이상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의사당 난입

스톤의 주요 네거티브 전략은 지지 층을 뭉치게 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승리를 이끈 ‘멕시코 국경에 거대 장벽 설치’ ‘이슬람 이민자 사상 검증’ 등 트럼프의 공격적인 메시지는 이 같은 로저 스톤의 기획 작품이다.


셋째는 시대 환경에 어울리는 소재여야 한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BBK 의혹을 제기하며 ‘다스는 누구 꺼냐’며 공격의 고삐를 죈다. 자신이 후보로 뛴 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도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개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생태 탕’ ‘페라가모’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를 진두지휘 한다.

그러나 각각 노무현 및 문재인 정부의 시대 상황은 박 의원의 네거티브 주제에 화답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흐른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계속되면서 BBK 의혹이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인 이명박 후보 상승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부동산 가격 및 세금 폭등으로 핍박해진 서울시민들은 생태탕 네거티브의 역작용으로 오 후보에게 몰표를 선사한다.


<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

선거는 이미지 싸움이다. 네거티브에 잘못 대응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된다.

안철수 후보는 2017년 19대 대선의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한다. 문재인의 선거 캠프 지지 층이 퍼트리는 흑색선전을 멈추라는 항의 취지이다. 그러나 그의 부정적 별명을 스스로 전국에 알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 네거티브 대응에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사임 압력을 피할 목적의 TV연설에서 상대가 했던 말을 인용하여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고 항변했지만, 국민들은 ‘아! 저 사람 사기꾼인가 보다’라고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네거티브에 섣불리 대응하여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현상은 ‘스트라이샌드 효과’에 비유할 수 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저택

유명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이 캘리포니아 정부가 해안 기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일반에 노출시키는 바람에 사생활이 침해되었다며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같은 소송 제기는 오히려 관심을 폭발시켰고 오히려 노출 피해는 훨씬 커졌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인위적으로 삭제 또는 검열하려는 시도로 인해 그 정보가 더 널리 퍼지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네거티브에 쫄지마>

방어자 입장에서 네거티브는 팩트 논쟁보다 관리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심판자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럿거스 대학의 리처드 라우 교수팀은 90~2000년대 선거운동을 분석한 결과 네거티브를 주 전략으로 쓴 후보자들은 대부분 낙선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심층 인터뷰 결과에서도, 유권자들은 처음엔 후보자의 부정적 정보를 알게 되어 심리적 충격을 받았으나 그 이슈 때문에 투표할 후보자를 바꾸지는 않았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네거티브 이슈가 후보자 공약보다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유권자의 피로도를 자극할 수 있다. 유권자 관심은 적절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방향 선회가 가능하다.

둘째는 지지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연구와 정치’라는 저널에서 리엄 멀로이 팀은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 판을 흔들 경우 상대방 진영의 후보 및 지지자들은 더 분노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역사회의 혐오 범죄나 폭력, 집안에서의 기물 파손 등 공격적 행동도 늘어난다. 그만큼 지지층도 결집한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노골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한다. 선거 직후 여론조사 결과 보수층의 지지층 결집 이유로 이정희 후보의 공격적인 TV토론 태도를 꼽은 응답자가 30.1%로 1위였다

셋째는 무시 전략이다. 상대편의 네거티브 공세를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오히려 끝없는 흑백 논쟁에 휘말리기 쉽다. 병법에서도 탈출은 주요 전략이다. 오히려 감정 등에 호소하면서 쟁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장인의 좌익 전력이 쟁점화되자 ‘그렇다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호소로 네거티브 공격을 역전시킨 것은 좋은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포지티브로의 전략적 선회를 꼽을 수 있다. 포지티브야말로 가장 강력한 네거티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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