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보자동차코리아 Dec 20. 2024

[시승기] 상품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가장 경쟁력



볼보 S90은 한 마디로 정의가 어려운 존재다. 교과서, 정석과 같은 표현과도 거리가 멀다. 소형, 중형, 대형과 같은 틀에 박힌 세그먼트 분류로 손쉽게 정리하는 입장에선 도통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볼보는 S90의 포지션을 당당히 플래그십으로 분류하고 있다.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





플래그십 세단이란 고정관념에는 늘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크고 우람한 차체, 주변을 압도하는 존재감, 웅장한 생김새 등은 브랜드 꼭짓점에 있는 모델에게 사치가 아닌 필수 조건이다. 운전의 재미보단 뒷좌석의 의전이 중요하고, 1열보단 2열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시선이 쏠려야만 한다. 차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감탄사가 나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S90에게는 이런 감탄사가 익숙하지 않다. 기름기 쏙 뺀 담백한 한상처럼 늘씬한 자태만으로는 어필하기 불리한 조건이다. 대신 S90은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중형 세단보다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면서 동시에 플래그십 세단이 전달하는 진중한 분위기는 가볍게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제대로 먹힌 전략이었다.





여기에 이번에 시승한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은 조금 더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형태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조금 더 가까운 구성이다. 운전석 앞쪽에 위치한 충전구를 활용하면 완충 시 최대 65km의 거리를 기름 한 방울 없이 달릴 수 있다. 보닛 아래 숨겨진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직접 구동에 관여하면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역할도 겸한다.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충전 요건만 허락된다면 주중 출퇴근길은 전기차처럼, 주말 나들이에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운영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볼보는 현재 전 라인업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적용 중이다. 48V 기술이 접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와 함께 배터리 용량을 키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BEV)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XC60, XC90, S90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S90 T8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광활한 공간이다. 멀리서 봐도 허리가 긴 실루엣이 주는 여유로움은 동급 세단에선 견줄 상대가 없을 정도다. 덩치 큰 성인이 앉아도 다리를 꼬을 수 있는 뒷좌석은 카시트를 설치해도 레그룸이 남는다. 5,090mm의 전장, 휠베이스 3,060mm가 주는 혜택 덕분인데, ‘쇼퍼드리븐’의 역할을 맡기에도 충분하다.





여기에 VIP 시트 부럽지 않은 다양한 편의사양이 즐비하다. 볼보의 시트는 오래전부터 체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포근한 착좌감과 장거리 주행에서의 빛을 발하는 편안함은 라인업을 가리지 않는다. S90은 여기에 더해 안락함까지 챙겼다. 소재에 대해서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데,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다. 눈에 띄지 않는 부분마저 꽤나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한 것을 알 수 있다.





길이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건 욕심이다. 더군다나 S90은 볼보의 기술력을 쏟아부은 플래그십 세단이다. 차분하고 유유자적 순항할 때 가장 빛을 내는 주인공이지만 의외로 매콤한 실력까지 겸비했다. 시스템 합산 출력 455마력, 최대 토크 72.3kg.m를 발휘하는 힘은 얌전한 세단을 폭발적인 스포츠카로 만들 만큼 강력하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단 4.8초로 8단 변속기와 AWD 시스템까지 갖춰 날씨가 변덕스러운 국내 환경에서도 일 년 내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만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시내에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전기차처럼 진동이나 소음 없이 매끄럽게 주차장과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갈 수 있고 연료까지 아낄 수 있으니 플래그십 세단에서 기대할 수 없는 효율마저 챙긴 기분이다.





S90 T8에는 다른 S90에 없는 특별함이 있는데 바로 에어 서스펜션이다. 후륜에만 적용된 구조인데 휠베이스가 길어 발생하는 작은 진동을 말끔히 잡아낸다. 도로마다 제각각인 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뒤쪽의 충격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여기에 18.8kWh의 배터리가 차체 중앙을 가로질러 배치돼 있다 보니 수납공간의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전반적인 주행 질감이 한결 풍성해졌다.





볼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안전 기술은 ‘파일럿 어시스트’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포함해 차선 중앙 유지, 긴급 제동, 사각지대 알림 등 요즘 차에 널리 쓰이는 기술들을 망라한 집합체다.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사용법은 간단하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위치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 준비는 끝이다.





데뷔 연차가 꽤나 쌓인 S90이 여전히 신차의 경쟁력을 갖는 데는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티맵 내비게이션을 순정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다. AI 음성 인식 시스템인 누구(NUGU)의 응답성과 정확도는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상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보여주기식이 전부인 여느 음성 인식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아리아!’라고 부를 수 있는 운전자의 자신감만 있으면 길안내는 물론이고 공조와 음악, 날씨까지 모두 음성 명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





S90 T8은 볼보의 모든 철학이 집약된 플래그십 세단이다. 남들에게 드러내기 위한, 화려한 요소는 없지만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늘 그래왔던 절제되고 유려한 미를 앞세운다. 그럼에도 S90의 이미지가 심심하지 않은 이유는 헤드라이트에 적용된 ‘토르의 망치’와 같은 ‘디자인 킥’이 선명하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심어졌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의 가치는 내실에서 찾을 수 있다.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냈으니 접근성도 좋아졌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플래그십 세단을 8천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는 볼보가 유일하다.





상품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차량을 알아보고 있다면, 동급 모델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플래그십 세단 S90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