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살 때의 호감과 의심. 그 복잡한 마음의 끝에는 승차감이 도사리고 있다. 필요해서 눈여겨 보다 디자인에 반하고, 가격대를 가늠하다 결국 한 번 타봤을 때 ‘이거다’ 싶은 감각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마음 같은 것들. 구매 후 차와 점점 깊어지는 관계를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의 감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래 탔을 때 내 몸과 차 사이에 쌓이는 경험치의 근간에는 결국 승차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승차감은 오리무중이었다. 제조사의 고심과 한계가 탈 때마다 느껴졌다. 컴팩트 장르의 전기차는 더욱 그랬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EX30을 출시하기 전까지의 세계에서는 분명히 그랬다.
전기차 시대의 승차감은 볼보 EX30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30은 볼보가 출시한 최초의 컴팩트 SUV이자 최초의 전기 SUV다. 볼보는 EX30을 통해 ‘컴팩트’와 ‘최초’, ‘전기‘ 같은 단어에서 느껴지는 모든 우려와 의심을 박살내는 승차감을 완성해 냈다. 덕분에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 EX30을 운전하는 일은 시종일관 에누리 없이 즐겁다.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완결되어 있다.
가장 절묘한 건 서스펜션 세팅. 자잘한 요철이나 과속 방지턱을 몇 개만 넘어봐도, 운전에 익숙하거나 낯선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과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고급스러운 감각. 적당히 칭찬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스웨덴 룰레오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시골길과 도심을 고루 달려본 후, 스웨덴 얼음호수에서 슬라럼과 드리프트 등을 경험한 후, 서울에서의 장기간 시승을 거친 후에 까다롭게 내린 결론이다. 그렇게 달리고도 더 타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감각은 잘만든 내연기관 준중형 세단, 준중형 내연기관 SUV에서나 느낄 수 있을까.
도심에서는 장르에 맞게 경쾌하다. 사이즈에서 짐작할 수 있는 산뜻한 감각 그대로 내 몸처럼 움직인다. EX30 싱글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델의 최고출력은 무려 272마력에 달한다. 제로백은 5.3초다. 이 성능을 최대치로 쓸 일은 없겠지만…. 강변북로나 올림픽 대로에서 순간순간 추월이 필요할 땐 짜릿함과 효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밤, 마침 저 앞까지 뻥 뚫려 있는 상황이라면 시원하게 한 번 밟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날 이후부터는 밤시간의 드라이브가 당신의 중요한 루틴, 혹은 취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가슴이 뚫리는 경험이 가능한 자동차가 흔치는 않아서.
고속도로를 장시간 달렸을 떄의 감각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보통 이정도 사이즈의 SUV를 타고 3시간 이상 달리면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이 올라오게 마련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쉬지 않으면 몸은 곱고 마음은 지쳐간다. 진동과 소음에 대해 아무리 까다로운 자동차라도 내 몸이 장시간 감당해야 하는 피로감 자체를 이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럴 때 몸의 피로가 현저히 적은 모델 중 하나가 볼보 XC60이었다. 다른 모든 브랜드와 비교해도 피로감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감각은 단연코 최고 수준이었다. 그 놀라운 감각을 EX30이 그대로 이어 받았다.
신기하지. XC60은 당당한 크기의 내연기관 중형 SUV고 EX30은 컴팩트 전기 SUV다. 볼보라는 브랜드, SUV라는 장르를 제외하면 단 하나의 공통점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 국도와 고속도로를 이어 달려도 내 몸과 체력을 보호해주는 것 같은, 그 속깊은 승차감만은 그대로 닮아있었다. 이런 관계가 ‘브랜드 철학‘이라는 말의 모범적 증명아닐까. 가족과 함께하려는 누군가에게 EX30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락하고 편하니까. 날렵하고 효율젹인데 운전재미까지 갖췄으니까. 이런 크기의 전기 SUV에서는 처음 경험하는 감각이라서다.
국내에서 인증 받은 주행가능거리는 351km. 실제로 달려보면 400km 정도를 어렵지 않게 달린다.
한국에서의 장거리 시승은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던 1월 중순이었으니 요즘 같은 계절에는 조금 더 마음을 놓고 멀리멀리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인증받은 주행가능거리는 475km였다. 게다가 EX30의 가격은 서울의 경우, 보조금을 포함하면 4천만원 대에 안전하게 들어와 있다.
서두부터 승차감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 한 이유가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승차감이야말로 가장 베일에 쌓여 있고, 가장 경험하기 어려운 마지막 관문이라서다. 승차감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면 나머지는 비교적 쉬운 결정일 수 있다.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 가격은 개인의 지갑 사정에 달려있다.
지금 이 포스팅까지 만나러 온 사람이라면 EX30에 대한 여러가지 관문을 통과한 상태 아닐까? 이 포스팅을, 그런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초대장으로 여겨주면 어떨까.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미 완성돼 있고, 가격과 주행가능거리도 합리적인 상황. 승차감이야말로 EX30의 다양하고도 탁월한 여러가지 장점과 논의에 대한 마지막 마침표이기 때문이다.
글/ 정우성(더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