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 위의 노래 Feb 23. 2022

가리워진 길

왜 나의 두 눈은 내 앞에 드리우는 일직선의 방향만을 볼 수 있을까요.

우리의 모든 순간에서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했나요.


처음부터 당신은 저보다 한 걸음 앞에 있었습니다.

보일 듯 말 듯 안개에 덮인 날에도 당신이 앞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던 까닭은,

때때로 뒤를 돌아보면 저까지 감싸주던 그대 눈망울 속 별빛의 흔적 덕분이었겠지요.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제 사이에 놓인 그 한 걸음을 따라가는 동안

제가 걷던 길은 나의 길이었을까요 당신의 길이었을까요.

가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저를 지긋이 바라보던 당신은 그대의 과거를 보았나요 나의 현재를 보았나요.


당신이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시선을 당신이 있는 쪽으로 보내면 그대는 언제까지고 나의 시야 안에 남아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당신 곁을 떠나겠습니다.

언젠가 우리네 길이 교차할 그날,

별빛이 환하게 밤을 수놓을 그날.

내가 나로서 당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잠 못 이루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