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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Nov 29. 2024

N이냐 S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식의 눈금

비록 알파벳으로 사람을 이쪽저쪽 나눈다는 비판을 듣긴 하지만 실은 평소 MBTI를 눈여겨보는 편이다. 그게 개인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경향성 정도는 간략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MBTI는 단순한 분류의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이들 간의 역동을 말하기에 아직은(?)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힌트가 된다. 동시에 저 분류법만으로는 설명키 어려운 회색지대를 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젠 거의 전 국민이 알게 된 MBTI에 따르면 사람은 4가지 기준에 의해 나누어진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다르다고 느낀 건 바로 직관형인 N과 감각형인 S였다. 흔히 내-외향, 사고-감정형이 더 극적으로 차이를 가른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날의 에너지 수준의 따라 내향과 외향이 갈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사고 중심과 감정 중심을 바꿔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N과 S는 뭐랄까, 세상을 보는 관점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보통 N은 상상, S는 현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물론 그게 기본 전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식의 눈금 간격'이 다르다는 게 더 와닿는 주석이다. 흔히 말하는 '찐S'가 판타지 영화 덕후이거나, '극N'이 재테크를 무섭게 파고들기도 하니까.


먼저 S 성향이 강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눈금의 간격이 꽤 촘촘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논리의 비약이나 다른 해석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A면 A고, B면 B지, 왜 C나 D가 나오냐는 거다. 특히 업무에서 이런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아주 정확하고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반문이 들어오니까.



반대로 N 성향이 강한 분들은 이야기가 통통 튄다. 아예 날아다니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A라는 말을 하고 있다가도 머릿속으로는 이미 X나 Z까지 가있다. 눈금이 촘촘하지 않고 듬성듬성해 보인다. 업무적으로는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거기에 비례해 정확도는 떨어지는 케이스가 있지만 말이다. 물론 빠르고 꼼꼼하고 창의력도 돋는 사기 캐릭터도 있다. 아주 가끔.


눈금의 간격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 둘의 대비가 보다 선명하다. 정교한 시계장치와 바닥에 튀는 탱탱볼의 차이랄까. 둘 중에 누가 낫다를 말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결론이지만 실은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성향은 분명 존재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S 성향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업무를 하나하나 세심히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니까. 반면 조직의 리더라면 N 성향을 발휘해야 한다. 그때까지도 빨간펜을 들고 실수만 지적하다가는 조직이 성장을 멈춘다. 조직은 리더의 그릇만큼 차오를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둘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꿈에 부풀어 너무 듬성듬성하게 일을 처리하다 망치기도 하니까.


난 어릴 적 S 성향이 강했고, 지금은 N 성향이 높게 나온다. 그러니 둘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두 성향이 적절히 조화된 중용이 최선이라는 걸 안다. 둘의 장점만을 취하는 게 지혜로운 태도다. MBTI의 진짜 교훈은 이것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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