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거니 Oct 25. 2023

터질 것처럼 일상을 끌어안고 싶다

일상에 집중하며 살아가기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일상에 집중하기'다. 집중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자기 계발 분야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실은 감각을 활짝 열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일체의 행위를 일컫는다. 나는 내 삶과 세상과 생각과 감각에 얼마나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모든 존재가 그저 연기처럼 속절없이 흩어진다면 살아가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형이상학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피부에 와닿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머릿속이 아니라 호흡하며 살아가는 물질적인 세계에서 쉬이 구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을 떠올리자마자 뒤적거렸던 건 실은 오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외부세계 일체였다.


아, 오늘은 상현달이 떴구나. 신호등 앞에 있는 저 나무는 반쯤 단풍이 졌구나. 저 집 앞에 있는 우체통은 녹이 슬었구나. 전신주에는 각종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나풀거리고, 카페 사장님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나무를 다듬는구나.


집중할 수 없다면, 오히려 최선을 다해 흩어내야 한다면, 그 일상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일상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감각하지 못하는 시간이란 내겐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없음이 아닌 있음으로 시간의 틈새를, 그 공허를, 그 차디참을 메울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저 그것으로 족하겠노라고. 그래서 일상을 쓰다듬으며 손끝으로 느껴지는 결 하나하나를 먹어치우고 싶다고, 그렇게 입맛을 다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