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거니 Oct 29. 2023

갓생의 쓸모

갓생: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


삶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끌고 갈 수 있을까. 적어도 갓생을 사는 사람들은 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매일같이 도전한다. 운동도, 자기 계발도, 본업도, 사이드잡도, 공부도, 인간관계도 놓칠 수 없다. 살면서 이루어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무모한 도전이기도 하다.


물론 열심히 살려고 하는 태도에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갓생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동기에서 기인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갓생이란 실은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전형적인 삶의 서사가 무너지고, 모두의 삶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 확실한 무언가를 붙잡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다면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그물을 최대한 뻗쳐 힘주어 당겨보자. 갓생을 사는 이들은 불확실한 시대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확실한 건 내가 투입하는 노력뿐이니까. 그러니까 더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의 방향은 뭘까. 당장 눈앞에 있는 시험이나 취업이라면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방향성이 보다 거대한 인생을 향해 있다면 언젠가는 엔진이 타버릴 위험성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셈이다. 인생에는 본디 정해진 목적이 없고, 던져진 들판에서 나름의 발걸음을 내딛을 뿐이다.


자유라는 게 있다면 그건 무언가를 포기할 자유이며, 그런 의미에서 갓생이란 도리어 어딘가에 얽매인 상태일 수 있다. 모든 걸 끌고 갈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면, 무엇을 취하고 혹은 그렇지 않을지 잘 돌이켜 생각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