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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Oct 20. 2023

도무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걸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 아마도.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긍정성만이 긍정받는 사회에서 이 한 마디가 퍼트리는 파문이란 고요한 굴곡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어딘가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어딘가 씁쓰름한 커피 찌꺼기 같은 기운을 풍기는, 그런 왠지 모를 거부감이 슬쩍 고개를 들이민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실은 내 앞의 대상을 향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사람을 좋아했던 시절보다는 좋아하지 않았던, 그런 덩이리 져진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까.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는 게 좋을까.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샤르트르의 말을 인용할까? 내향적이라서 그렇다고 슬쩍 몸을 피할까? 서울에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먼산을 바라볼까? 아니, 어쩌면 그저 민감하게 감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내뿜는 존재감을, 그 열기를, 그 소리를, 그 체취를, 스치는 옷깃의 텍스쳐를.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도'가 날 주춤하게 만든다는 걸 고백해야 하나?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역시도 주변에 많다는 걸 당연하게도 깨닫는다면, 기꺼이 웃는 낯으로 알맞은 거리감을 둔 채로, 그렇게 지낸다.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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