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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Nov 09. 2021

[에세이 단편소설] 익숙함

에세이 형식의 단편 소설





“적응”은 양날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지닌 적응이란 능력으로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적응이란 능력은 개인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좋은 예로는 운동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처음엔 10kg을 드는 것도 버겁고 다음날 근육통이 찾아오지만, 매일 하다 보면 무게에도, 근육통에도 적응하게 된다. 이 적응은 더 높은 무게를 들 수 있게끔 나를 성장시킨다. 안 좋은 예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하루 1개피로 시작하지만, 이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1개피는 2개피로, 2개피는 한 갑으로 늘어가곤 한다. 경우가 심한 사람은 최후로 마약까지 손을 대는 것이다.


적응이 주는 안 좋은 부작용은 ‘익숙해진다.’고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해지면 무감각해진다.

자연을 바라볼 때도 그렇다. 유럽의 어느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사는 사람과 서울숲 근처에 사는 나의 공통점은 자신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무감각하다, 매일 마주하는 광경이기에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쉽게 느끼지 못한다, 주말이면 왜 그렇게 관광객이 몰리는지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등등.. 수없이 많다.

이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숲에서 더 이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녀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긴 생머리에 빨간 헤드셋을 낀 채, 매일 밤 서울숲을 달리는 그녀. 그녀와 우연히 말할 기회가 있었다. 나 역시 매일 밤 서울숲에 운동을 하러 나오기에, 그녀 역시 나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내 앞에 떨어진 그녀의 핸드폰을 주워 건넸을 때,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서울숲, 참 아름답지 않아요?”


그 질문이 참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도 매일을 서울숲에서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익숙함에 물들여 있을 사람이 서울숲을 그저 운동 장소가 아닌 아름다운 장소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그 이후,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호감이란 감정도 있겠지만, 어떻게 익숙함에 물들지 않을 수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와 나는 인사도 나누고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10월의 어느 날, 추운 날씨 속에 잠시 들린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반복되는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분위기가 다 달라요. 서울숲을 산책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 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새들이 이루어 내는 하모니, 나를 감싸는 바람의 미묘한 변화와 형형색색의 나무 빛깔이 이루는 조화를 느끼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생을 와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자연을 느껴 보려 노력했다. 서울숲의 깊고 푸른 하늘, 노을이 만들어내는 붉은 풍경, 새들과 벌레 소리가 합쳐져 사람들 소리와 이루는 아름다운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광경.. 이 모든 것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제서야 나는 느낄  있었다. 익숙함에선 절대 느낄  없을 것만 같았던  감정을. 평범함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물하는 감정을..  아름다운 감정 나는 깨달을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_^  책을 읽고 서평을 기록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던 저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글을 쓰는 것이 좋아 에세이 또는 단편 소설도 취미로 써 보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제가 속한 단체에서 자연을 주제로 “미니 백일장 사생대회”를 개최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0월 말,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 잠시 찾아온 따뜻한 날씨를 맞아 나간 서울숲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이란 주제로 저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첫 에세이 형식을 지닌 단편 소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서울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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