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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Jun 03. 2022

만약 내 최애가 콘서트 당일 잠적해버린다면?

노가리클럽 5월호

지난 달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끝나버린 독립영화제에서 잠깐 상영한 후 그 어떤 극장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오픈되지 않아, 다시 보고 싶어도 영영 볼 수 없는 영화’를 영업하는 극악무도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가장 재밌게 본 영화가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들고 왔습니다. 바로 이주영 배우와 오민애 배우가 주연을 맡은 김진화 감독의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입니다.


영화는 유명 가수 윤시내 씨가 콘서트 당일 돌연 잠적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가수의 유명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 분)’는 무대에 설 자리가 사라지고, 윤시내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웃기죠? 심지어 연시내는 윤시내를 찾기 위해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수소문하는 데요, ‘윤신애’, ‘운시내’, ‘가시내’ 등 줄줄이 등장하는 이름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빙글빙글 웃음이 납니다.


연시내의 딸 ‘장하다(이주영 분)’는 인터넷 방송 BJ로, 별풍선을 받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트월킹 추는 것을 서슴지 않는 인물입니다. 라이브방송 도중 우연히 하다의 방에 들어온 연시내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버리고, ‘윤시내가 왜 장하다의 집에 있냐’며 인터넷이 발칵 뒤집히죠. 소위 말해 ‘떡상각’을 본 하다는 윤시내를 찾기 위한 엄마의 여정을 몰래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해버립니다.



과연 이 둘의 여정이 어떻게 끝날지, 윤시내는 찾을 수 있을지, (당일 콘서트 표 구매자들은 과연 환불을 받았을지,) 썩 궁금하지 않고 예상이 되더라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사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관계에서 주고받는 ‘진심’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가장 가깝지만 가장 어려운 관계가 모녀 사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에게는 쉽게 내보이는 진심을, 엄마에겐 터놓기 어렵죠. 딸에게 모든 진심을 내비칠 수 없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고맙고 미안하면 원래 화를 내요? 인생을 좀 단순하게 살아봐요.

고마우면 고맙다고 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해요.
하다 씨 지금, 엄마 무지 걱정 되잖아요. 그럼 그냥 걱정된다고 말해요.”
(엄마를 향한 걱정을 짜증으로 표현하는 하다에게, 운시내의 대사 중)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입체적이고 각자의 사연이 있어서, 누구나 각자의 문을 열고 영화 속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가식과 거짓으로 점철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 괴롭거나, 모녀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거나, 실패를 겪었거나, 지금 하는 일에 고민이 있다면 6월엔 윤시내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동참해보세요. 


*본 글은 뉴스레터 '노가리클럽'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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