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클럽 6월호
혹시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예전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주로 장르로 답했던 것 같아요. (Rock will never die!�) 시간의 데이터 속에 겹겹이 쌓인 음악들을 쭉 펼쳐 놓고 보니, 사실 공통적으로 한 장르만 듣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뒤죽박죽 들어요’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명확한 취향이 있어 난감했죠. 22년 한해동안 넬의 단독 콘서트에 세 번 다녀와 여전히 푹 빠져 있는데요. 개인적 취향의 집합체 같은 밴드인 넬의 음악으로 하루를 열고 닫다 보니,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줄 두가지 문장이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랐어요.
(����� �) 눈앞의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는 음악
1호선 지상철 안, 문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한강 위를 가로질러 가고 있더라고요. 서울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땐 공중그네를 타는 듯한 이 순간을 기다렸다가 열심히 창밖 사진을 찍었는데, 서울살이 고작 몇 년 만에 익숙해진 게 새삼스럽더라고요. 그 순간 헤드셋에서 넬의 ‘Promise Me’가 흘러나오는데, 일상의 배경음악이 달라진 것 만으로도 익숙한 풍경이 꽤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왜, 그런 순간 있잖아요. 뭔가 필터가 씌워진 것처럼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때. 그 순간 깨달았죠. 어쩌면 밴드 사운드를 좋아한다기 보단, 인류애가 바닥치는 저 같은 사람마저도 '그래, 세상은 아름다워'하고, 순간을 긍정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요. 또, 내 안에 행복감이 찰랑찰랑하게 차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로 충만한 감정을 끌어 올려주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요.
(����� 2) 다정한 음악
“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남의 시선에 비추어 봤을 때는 좀 다를지언정,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가보겠다’고 정하는 데
이 노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여기 모인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며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 Nell’s Season 2022 공연 중 ‘Dream Catcher’ 소개 멘트
보통은 가사의 내용에서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연을 통해 작곡가의 제작 의도에도 다정함이 담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넬의 음악이 조금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원래는 ‘그냥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어줘’, ‘개 같은 날 개만도 못한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까 기분이 좀 그래’ 같은 가사가 들렸는데 말이죠. ㅎㅎ)
주변에 넬 공연을 보러 간다고 자랑했더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기억을 걷는 시간' 부른, 그 넬? 중학생 때 많이 들었는데, 진짜 오랜만이다.”였습니다. 대부분 감성 밴드라고 알고 있지만 곡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 기분에 따라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로 영업을 마무리해봅니다.
�[ɴᴇʟʟ ��������]
� – 유희
� – A to Z
� – 낙엽의 비
� – 12 seconds
� – Promise Me / 1:03
� – Ocean of Light / Love It When It Rains
� – 고양이
� – 기생충
� – All This Fxxking Time
*본 글은 뉴스레터 '노가리클럽'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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