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클럽 7월호
혹시 여행지에서 도서관에 가본 적이 있나요? 보통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전혀 방문을 고려해보지 않는 공간입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저의 마지막 해외여행지는 대만이었어요. 가족 중 누군가 타이베이에 있는 베이터우 도서관에 가보고 싶다고 할 때만 해도, ‘굳이 도서관을 왜?’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그 얄팍한 생각은 수많은 책더미 밑으로 자취를 감추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령을 불문한 많은 시민들이 한 데 모여 각자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또, 독서 뿐만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거나, 작은 전시를 하는 등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많아 이 나라의 시민들이 어떤 문화 소양을 지니고 있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물론, 베이터우 도서관은 건축 디자인이 멋지기로 유명해 건물 자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이 되었고요.
펼쳐 보기 전까지는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두꺼운 책처럼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신비롭게 느껴지던 차에, 우연히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다큐멘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 프레더릭 와이즈먼이 제작한 영화로, 뉴욕 공립 도서관의 하루하루를 차분히 따라가며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조명하는 작품이죠. 영화는 유명 연사가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병렬식으로 보여줍니다.
그 다큐멘터리 속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기초 수업을 듣고, 구직자들은 잡 페어(Job Fair)를 통해 직업 교육을 받습니다. 노인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함께 모여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죠.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사진 등 수많은 작품이 아카이빙 돼있어 누구든 찾아와 원하는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켠에서는 책을 점자와 음성으로 만들고, 강연을 수어로 전달해 모든 시민이 동등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아주 작은 소도시에 영화관과 미술관은 없을지라도 왜 꼭 도서관은 존재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지식과 정보의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모든 시민은 동등한 정보와 문화를 영위할 권리가 있습니다. 가장 첫번째로 시작하는 시민 복지라고 할 수 있죠.
“도시의 책장을 넘기면, 더 큰 세계가 펼쳐진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예고 영상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올해 여러분이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 곳의 도서관 역시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모르죠. 우연히 들른 낯선 도서관에서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할지도요!
*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티빙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뉴스레터 '노가리클럽'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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