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클럽 8월호
“나간 돈은 벌면 그만이지만, 지나간 캐스팅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고민될 땐 그냥 예매하세요.” 저를 뮤지컬 판으로 이끈 노가리클럽의 에디터 윻이 남긴 명언입니다. 재작년, 뮤지컬 킹키부츠를 놓친 후 이 명언을 절절히 깨달았죠. 제발 원하는 캐스팅이 그대로 돌아와 주길 바라며 꼬박 2년을 기다렸습니다. 무교걸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가장 원했던 배우 조합이 그대로 이번 시즌에 찾아왔더라고요. 이번엔 놓치지 않고 오픈 첫 주에 달려가 보고 왔습니다.
<킹키부츠>는 대대로 신사용 구두를 만들던 공장 ‘프라이스&선 제화’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주인공 ‘찰리’는 공장 사장이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엉겁결에 공장 운영을 맡게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던 공장은 사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유행과는 거리가 먼 전통적인 구두만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히 드랙퀸 아티스트 ‘롤라’를 만나고, ‘찰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바로, 남성의 무게를 지탱하기 힘든 하이힐의 단점을 보완해, 드랙퀸을 위한 하이힐 부츠를 만드는 것이죠. 부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찰리’와 ‘롤라’는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만큼 깊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매우 다른 집단에 속한 것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 무한한 지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극입니다.
킹키부츠를 애타게 기다린 이유는 ‘롤라’의 매력이 아주 강렬해서이기도 하지만, 극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삶이 너무 버거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때 웃으며 손 내밀어줄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죠. ‘롤라’에게 ‘찰리’가 손을 내밀고, 또 ‘찰리’가 무너질 땐 ‘롤라’가 일으켜 세워줬듯이, 킹키부츠라는 뮤지컬이 저에게 그런 친구로 자리잡은 느낌이에요.
삶의 축제, 날개를 펴내
가끔 넘어질 땐 내 손을 꼭 잡아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 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해
‘Raise you up’ 가사 중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 못하신 분들! 삶이 지칠 때, 힘들 때, 꼬일 때, 킹키부츠의 넘버를 들어보세요. 무엇이든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긍정적인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
*뮤지컬 킹키부츠는 10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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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뉴스레터 '노가리클럽'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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