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자)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vol.9
K-POP 덕후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영상이 있습니다. 바로 f(x)의 두번째 정규앨범 <Pink Tape>의 art film이에요. 당시에도 모든 아이돌 팬들이 입을 벌리고 감상했는데요. 2013년에 공개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언제 봐도 세련된 영상미와 연출을 자랑하죠. (도대체 언제쯤 촌스러워질 예정인지? 이 영상이 공개된 지 10년 됐다니!)
우선 몽환적인 영상 위로 크리스탈의 내레이션이 시작되자마자 온 마음을 빼앗겨버립니다. 수록곡인 ‘미행’이 BGM으로 깔리며 분위기는 발랄한 톤으로 바뀌는데요, 중심 골자인 몽환적인 분위기는 흐트러지지 않죠. 오히려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더해져 f(x)만의 하이틴 무드가 더욱 짙어져요.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촬영과 소품 하나하나까지, 남들은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아트워크를 만들어냈죠. 영상 위로 멤버들의 이름이 손글씨로 나타나는데요, 민희진 특유의 감성으로 글자를 꾸며 하이틴에 히피 무드가 한 스푼 추가됐어요.
아이돌 팬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까지 아트디렉터 민희진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그녀는 그전부터 자기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2009년에 발표된 샤이니의 두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Juliette’의 아트워크를 보면 알 수 있죠. f(x)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몽환적인 10대의 분위기, 그리고 일기장에 마구 낙서해 놓은 것만 같은 핸드 드로잉이 여기서부터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민희진감성’의 시초라고 볼 수 있죠.
샤이니부터 에프엑스를 거쳐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아트워크까지 훑어보았을 때, 민희진의 작업은 ‘다시 오지 않기에 더 아름다운 시절’을 계속해서 덧그리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민희진의 세계 속에서는 영원히 시간이 흐르지 않을 것만 같죠. 여러 작업에서 10대의 이미지가 반복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마음 한 켠엔 흐르지 않고 멈춰 있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민희진의 작업 속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그 시간과 작업물이 찬란해 보이는 것일지도요. 뉴진스의 무드가 취향에 맞았다면, 꼭 f(x)와 샤이니의 10대 시절도 만나 보길 추천 드려요. 개인적으론 민희진 아트워크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룹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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