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영대 May 05. 2022

5월 어린이날에 수봉공원에 오르다.

삶에 잡초는 없다.

무심한 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린이날은 그냥 하루 쉬는 공휴일 정도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공휴일 쉰다는 편안함에 전날 친구들과 짧게 시작한 술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햇살이 창문 사이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다행이다'.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그거였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이며, 좀 더 잠을 자도 괜찮다는 안도감뿐이었다.


오늘이 100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를 왜 푸르름에 비유하는지 고민이 되지만 신선하고 자연이 푸르름을 뽐낼 때가 녹색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러 수봉공원엘 갔다. 집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곳인데 운동 모임이 있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수봉공원으로 향하는 거리에 있는 아이들은 자기보다 큰 선물을 안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늘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 호사를 누릴 것이다. 반대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뻐할 일들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내 아이가 남들보다 작은 선물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마음 한구석에 담을 것이다.


 



큰 도로에서 수봉공원에 오르는 길은 고바위다. 옛날 마을과 마을을 오가는 큰 고개를 넘어가듯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한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잠시 숨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높은 곳에 오르면 많은 곳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뒤돌아보는 인천 시내가 푸른 5월 하늘과 어우러져 채색이 잘 되어 있다. 수봉공원 사잇길을 지나는데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나무 사이로 걷는 동안 머리 위는 온통 푸른색이다. 하늘을 쳐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작은 햇살만이 비춘다. 오늘은 작은 눈으로 하늘을 보며 나머지 눈은 아이들을 잘 보살피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한다. 푸르름은 역시 좋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아도 마냥 좋다. 내 부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좋듯이.


나무 아래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웃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보다 무엇을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바라보았는가가 중요하다. 바쁘게 사는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났다는 것이 행복하며 함께 하는 웃음이 삶에 활력이 된다.




5월의 푸르름이 어린이를 비유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들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고 삶에 힘이 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것이며, 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무한한 가능성을 가슴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의 푸르름을 통해 하늘을 보면 인고에 찌든 내 마음의 찌꺼기들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5월의 순수한 어린이를 보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꽃은 언제나 옳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