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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대 Sep 11. 2022

골프를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

인생은 18홀 골프코스다.

골프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골프라는 게임에 몰입하고 집착한다. 다른 스포츠와 같이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운동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동네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다. 한번 라운딩을 하려면 며칠 전부터, 몇 주전부터 날을 잡고 친구를 모아야 한다. 참 귀찮은 스포츠다.


골프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스포츠였다. 골프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골프장 부킹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을 동원하여 회원권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좋은 시간대를 부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좋은 시간대 부킹이 되면 예약비를 어느 정도 챙겨 줘야 하는 것들이 룰처럼 되어 있었다.


골프가 서서히 대중화가 되면서 대중 골프장 숫자가 늘어나고 온라인으로 부킹을 할 수 있는 앱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인들도 쉽게 골프를 접하게 되었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스크린 골프의 등장이 아닐까 한다. 스크린 골프가 등장하면서 필드와 같은 게임을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한국인들의 골프 사랑은 유별나다.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이 연이어 우승을 하자 LPGA 사무국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골프를 잘 치는 이유를 분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엘리트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골퍼들도 골프에 살고 골프에 죽는 마음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골프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유독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골프를 한번 치기 위해서는 하루 휴가를 내야 하고 먼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에 20만 원 ~ 30만 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슈퍼에서 1500원이면 맘껏 마실 막걸리를 골프장에서 몇 배 비싼 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마신다. 그리고 즐거워한다. 이유가 월까?


그것은 아마도 자연과 해방감 그리고 자부심일 것이다. 꽉 막힌 아파트와 복잡한 도시에서 대부분 생활하는 우리는 늘 자연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아파트 사이에 심어진 나무에서 잠시의 휴식을 하며 안정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자연을 늘 그리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연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골프장은 그런 자연을 골퍼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한다. 도심 속 골프장이 있기는 하나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먼 곳이나 자연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초록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날리는 드라이버 샷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에 가장 업무 시간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자신의 행복보다는 회사 업무가 먼저인 일상을 벗어나기란 어렵다. 워라밸이라는 문화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행복과 웃음보다는 회사가 먼저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회사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프는 이런 답답함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스포츠다. 어느 누구도 해답을 주지 못하는, 도시로부터의 해방과 일로부터의 해방을 골프가 이뤄주고 있는 것이다. 해방감을 느끼면 사람은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골프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내 활동이 제한되면서 외부 활동이 가능한 곳으로 사람들은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골프는 이런 목적에 알맞은 운동이었다. 기존 중장년층들이 즐겨하던 골프를 젊은 층이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골프가 하나의 스포츠임과 동시에 고급 스포츠를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여전히 골프는 경제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스포츠다. 자신이 골프를 하면서 남들과 다른 것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골프는 스포츠이며 즐길거리다. 코로나라는 외적인 환경이 변화하면서 문화가 함께 변화하고 있다. 골프는 많은 스포츠 중 중심에 있으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골프를 사랑하는 이유는 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의 나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좋은 운동이 아닌가 한다. 파란 하늘 아래 PAR5 롱홀에서 쭉 뻗는 드라이버 샷을 보고도 골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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