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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Jul 12. 2024

나만의 아카이브 만들기. 결국 남는 건 텍스트.

어젯밤에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지방 곳곳에 장맛비 소식이 있어 살짝 긴장했다. 부산은 비 구경 할 수 없어 안심하며 출발했는데 대전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죽암에서는 거의 쏟아지듯이 비가 내려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어두운 상황에 내리는 장대비는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무척 조심해야 한다.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휴게소에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는 잦아들 줄 몰랐다.

한없이 기다릴 수 없어 다시 차를 고속도로에 올렸다.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나아갔다. 어쩌면 이 비를 뚫고 가다가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상상마저 들었다. 사람이 사는 게 대단하다가도 참 별거 아니게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서 있는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내가 만약 이대로 세상과 이별하면 내게 남는 건 뭘까? 결국 육신은 떠나고 정신만 남겠지. 그 정신은 표현된 자료일 테고, 대부분 강의 영상, 책, 그리고 블로그 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친했던 사람들에게 새겨진 기억이 전부가 아닐까?


결국 우리가 떠나게 되었을 때 남는 정신세계 대부분은 텍스트로구나. 영상도 한목 하겠지만 우리의 생각을 서술한 것은 결국 글이 아니던가? 블로그에 꾸준히 남겨 온 글만이 내가 살아온 날들을 증명하는 방법이겠구나 싶다. 갑자기 더 열심히 더 자주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산다. 그리고 누군가의 책장에 오랫동안 고이 간직되기를 꿈꿔 본다. 어쩌다 검색 되어 누군가의 눈에 띈다면 가장 보람된 순간일 테다.

몇 년 전에 썼던 글에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최신 글에 댓글이 달리지만, 오래 남는 글들도 있는 모양이다. 생명을 다 했다고 생각했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정보성 글보다 인문학적, 자기 계발적 글이 좋다. 가끔을 일기처럼 쓰는 에세이도 좋다.

아카이브는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이라 정의된다. 우리는 대부분 핸드폰으로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만든다. 하지만 좀 더 능동적인 방법으로는 블로그가 있다. 오래전부터 Evernote를 활용해 아카이브를 만들었는데 대부분은 정보성 글들이다. 내 정신세계가 담긴 아카이브는 바로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네이버가 사라진다면 블로그도 사라질 테지만, 그걸 책으로 만들어 다시 정리한다면 누군가의 책장에 남아 있지 않을까? 다양한 플랫폼에 좋은 글은 복사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 가족이 접근할 수 있는 그 어딘가에 말이다.

오래전부터 사진을 여러 형태로 저장해왔다. 구글에도 애플에도 PC에도 나누어 저장했다. 어느 하나가 멈추더라도 다시 복사 가능하도록 말이다. 그런데 사진은 나의 겉모습만을 다룬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감정과 느낌은 결국 텍스트이다. 이제는 그 텍스트를 잘 가공해서 저장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과 사가 눈에 보이니 별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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