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의를 내리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가 나름 설득력 있는 제안을 했는데 바로 걷기, 먹기, 수다라 정의하고 종합세트로 여행을 꼽았다. 이 강의를 뭔가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살다 보니 꼭 들어맞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행을 떠나면 좋은 사람과 구경하고 먹고 수다 떠는 즐거움 외에도 낯선 사람, 낯선 문화에 과한 호기심으로 즐거울 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나름 매력있지만, 계속 깨어있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다. 낯선 것이 주는 설렘이다.
청년은 호기심이 많다. 젊게 사는 비결은 주변 환경,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일이다. 나이가 먹으면 뻔해 보이는 것들이 많아진다. 재미가 없는 이유이다. 매일 다니던 길을 바꾸기만 해도 의식이 깨어난다. 다른 것들이 보이고, 다르게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멋어날 수 없다면 글과 그림을 그려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그렇다고 쓰고 그리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관찰력을 요구한다. 매일 보던 것도 다르게 봐야한다. 그래서 여행과 글쓰기, 그리기는 우리를 젊게 만든다.
여행을 떠나면 나는 항상 한 손에 카메라를 들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몰라도 렌즈를 통해 보면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구도를 잡고 프레임에 넣으면 풍경도, 사람의 자세도, 표정도 달리 보게 된다. 프레임 효과라고 할까?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더 이상 같은 풍경이 아니다.
작년 여행부터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펜과 종이를 선택했다. 시선을 종이에 옮기려면 더 자세히 봐야 한다. 얼마나 눈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사진 찍으며 연습했던 구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그리는 것은 더 많은 관찰과 연습이 필요하다.
사진은 마구 던지는 총알이라면 그림은 조준해서 쏘는 한발 같다. 아무튼 낯선 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면 호기심에 관찰까지 더해져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거기에 글까지 쓰면....
여행에서 뭔가 남기는 즐거움, 사진이나 그림, 글쓰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여행에 의미라는 테마를 붙이면 나름 여행의 목적이 생긴다. 그렇다면 행복감은 배가 된다. 굳이 여행이 아니라도 삶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취미를 가져보자.
요즘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쓰고 그리고 남긴다. 이런 걸 하고 싶었던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돈 문제만 크게 일어나지 않으면 그저 행복한 것만 같다. 특히 여행에서 즐길만한 것을 취미로 가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