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진단을 받고 그는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했다. 수술을 할지 안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같은 병을 진단 받은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도 참석하고, 정보도 교환했다. 수술 했을때의 장단점과 다른 방법을 택했을때의 장단점도 따져보았다.
몇일 후 결정을 내렸다.
“수술 안하는게 좋을 것 같아. 음식과 운동으로 자연치유 하는 걸로 해볼래”
나는 그의 결정에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
본인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 치료 할 것인지 찾아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좋아졌다는 치료정보를 찾기위해 매일 인터넷을 헤매고 다녔다.
자연치유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식습관은 육류보다는 야채를 많이 먹는 자연식을 권했다.
그래서 우선 음식부터 바꾸었다. 어릴적 먹던 시골밥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적부터 많이 먹어왔고, 또 한창 젊은 30대이니
고기가 많이 땡길때이다.
한 번은 그가 회사에서 교육연수를 3일 다녀온 적이 있었다. 3일동안 연수원에서 함께 먹고 자고 했으니 9끼를 먹었는데, 고기 반찬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었나 보다.
국에 들어간 고기만 몇 번 먹었다고 했다. 연수원에서 나오는 날 점심은 삼겹살집에서 양껏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도 고기반찬, 다음날 아침까지 고기를 먹고 나서야 고기갈증이 해결되었다고 했다.
이런 그가 매일 나물반찬만 먹으려니 굉장히 힘들어했다. 나는 최대한 맛있게 해보려고 매일 반찬을 연구하며 이리저리 용을 썼다. 그가 먹는 모든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평일도 그랬지만 주말엔 더욱 음식하는데 시간을 쏟아부었다. 슬로우 음식들이 많았기에 손이 많이갔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주말엔 요리를 하기 위한 밑작업을 주로 했다. 장을 보고, 재료 손질을 하고, 삶아서 말리고, 장을 담고. 온종일 일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그가 아프면서부터 그가 하던 집안일도 모두 혼자 해야했다.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이 제일 힘들었는데, 어디서 힘이 나는지 번쩍번쩍 들어날랐다.
그는 하루에 두끼만 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침과 저녁만 먹고 점심은 먹지 않았다.
점심때 밥을 먹지 않는 그를 생각하니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나도 먹지 않았다.
직장동료들은 극구 말렸지만, 그렇게 해야 내 맘이 편안했기 때문에 동료들에겐 양해를 구하고 두끼먹기를 같이 했다.
“오늘은 밥이 맛있네.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맛있어”
잘 먹는 그를 보면 마치 그의 병이 다 나은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맛있게 먹은 반찬들은 노트에 별표를 해놓았다. 매일 식사하는 시간을 적고, 메뉴와 운동시간 등을 기록하면서 관리했다.
아프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몸무게가 자꾸 줄어드는건 좋지 않기 때문에 매일 체중을 재며 기록했다.
하루에 몇백그람씩 빠지는게 몇일간 계속되면 3-4키로가 훅 빠져있었다.
줄어드는 체중을 잡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했다. 그래서 더욱 음식에 신경을 썼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함께 차를 마신다. 아프기 전에 그는 친구들과 주로 술을 먹었었다.
차를 마시며 서로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좋아했다.
차를 마시면 몸이 촉촉하고 여유로워져서 마음도 넉넉해지는 기분이었다.
차를 마신 후 그는 말린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좌욕을 했다.
직장암이었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일이 늘 고역이었다. 좌욕을 하면 아픈부분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좌욕을 하고난 후에는 잠도 잘잤다.
그리고 주말엔 뒷산에 함께 올랐다. 1시간 정도 뒷산을 걷다가 왔다.
그는 직장을 계속 다니길 원했기에 평일은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말에는 1시간 정도 꼭 운동을 해야했다. 추운 겨울에 운동을 나가려면 한참을 얼르고 달래야 했다. 건강한 사람도 쉬고 싶은 주말인데, 몸이 아프니 쉬고만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욱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기를 쓰고 운동을 계속 하려고 노력했다.
투병한지 14개월쯤 되었을 때 통증이 찾아왔다. 통증은 그동안의 어려움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잠을 자다가 몇 번씩 깨야했고, 통증이 가라앉을때까지 참아야했다.
옆에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만져주고, 손을 잡아주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렇게 24시간 곁에 있던 그를 보내고 혼자가 되었다.
장례를 치른 후 엄마집에서 지내고 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사라졌다.
그저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밤이 되면 잠을 잤다.
모든것이 달라진 시간 속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점심때 쯤이었다.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며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이 좋았던 주말, 그와 나는 TV를 보고 있었다.
엄홍길 대장이 등반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후배의 사체를 수습하러 가는 다큐멘터리였다.
처음보는 아름다운 자연과 스토리에 보는내내 탄성을 지었다.
그곳은 히말라야였다.
“몸이 나으면 저기에 꼭 같이 가자”
왜 그때 그의 말이 떠올랐는지 잘 모르겠다. 한 번 떠오른 생각은 가실 줄 모르고 계속 뇌리에 박혀있다.
‘혼자라도 가야겠어’
어떻게 가야하는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출근을 하겠다고 회사에 연락을 했다.
히말라야에 가기위해,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