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대로 된 비움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뭘까?
그건 바로 고정관념 버리기이다.
우리는 집에 대한 정말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물건이 많지 않은데 우리는 이것도 저것도 다 있어야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고정관념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커오던 환경, 즉 부모님 혹은 친구네 집으로부터 왔을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서도 이런 집이 좋은 집이다, 이런 물건이 있으니 좋아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통해서 우리의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바로 우리 집에 물건을 늘리고 집안일을 늘려주는 주범이다. 없어도 될 물건들까지 관리하면서 살아가게 만드니깐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니멀리스트의 텅 빈 집을 보고서 "정말 저런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놀라는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 집에는 없으니깐 말이다.
최근 나는 쓰레기통을 비웠다.
처음에 나 역시 미니멀리스트들의 쓰레기통 없이 사는 집을 보고 "저게 가능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통은 나에게 있어 삶의 필수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니멀리스트 집에 쓰레기통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는 그 쓰레기통이 아니어서 그렇지.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통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 집도 원래도 하나의 쓰레기통만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쓰레기통도 매번 더러워질 때마다 씻고 말리기가 그렇게 귀찮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쓰레기통을 비워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바로 비울 수 있었다.
바로 종이 가방을 활용하는 것!
나는 평소에도 여기저기 종이 가방을 잘 활용해와서 받은 종이 가방을 보관하길 좋아한다. 나에겐 이 종이가방이 수납 상자를 대체하기도, 물건을 분류해놓는 상자 대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 종이 가방을 잘 활용하면 쓰레기통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종이가방 안에 쓰레기 봉지를 담아두는 것! 그리고 종이가방이 더러워지면 쓰레기와 함께 버린다. 이후 다른 새 종이가방으로 교체하기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이었다면 매번 교체하는 것이 마음에 걸릴 수도 있었지만 종이 재질이라 안심이 된다.
우선 오픈 쓰레기통을 사용하니 좋은 점은 뚜껑이 있을 때보다 쓰레기 관리가 잘 된다는 것이다. 냄새 나는 쓰레기를 의식적으로 잘 넣지 않게 되고 가능하면 씻어서 쓰레기통에 넣거나 되도록 분리수거를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오픈 쓰레기통을 쓸 때 걱정이 되는 건 냄새 나는 부엌 쓰레기들인데, 예를 들어 닭 뼈라던지, 생선 뼈, 혹은 조개 껍데기 종류의 부엌 쓰레기는 과자 봉지를 이용하고 있다. 과자 봉지에 담아서 고무줄로 묶어서 버리게 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쓰레기통 비운 날 신랑이 흠칫 놀라는 것 같았지만 이내 "괜찮아요. 나만 안 버리면 돼요." 라고 재치 있는 말과 함께 나를 이해해준 신랑이 고마웠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면 꼭 거실에는 이것이 있어야 하고, 안방에는 어떤 게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사라지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일까?"
고정관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리적으로 딱딱한 물건보다 더 단단해서 우리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을 버리면 아무리 단단하고 큰 물건이라도 나에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저절로 비워지게 되는 마법이 나타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 <마음을 다해 대충하는 미니멀라이프>에서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나온다. 바로 "선택적 결핍"이라는 단어이다. 없어서, 혹은 부족해서 느끼는 그런 결핍이 아닌, 자발적으로 소유하지 않아서 생기는 즐거운 결핍의 상태를 의미한다.
나에게 있어 즐거운 결핍은 텅 빈 거실에서 때로는 신랑이랑 요가 매트 펴놓고 요가를 하고 때론 캠핑 의자와 식탁 펴놓고 캠핑 놀이도 할 수 있는 시간, 4계절 옷이 옷장 하나에 다 들어 있을 만큼 옷가지 수는 많지 않지만 늘 좋아하고 입고 싶은 옷들로 가득 찬, 그럼에도 널널한 나의 옷장 앞에서의 시간들이다. 앞으로도 이런 즐거운 결핍을 느끼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