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상에 떠오른 생각
새벽 기상을 시작한지 일주일째.
첫 날은 6시30분, 둘째 날은 6시, 셋째 날은 5시 30분에 일어났다.
주말엔 7시 30분, 오늘은 다시 5시 30분에 일어났다.
전날 일찍 잠을 자서 가능했다.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샤워와 설거지를 일찍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루 일과를 조금씩 수정하고 변경하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 목표치에 맞게 효율적인 최적의 루틴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잠자는 시간, 먹고 씻고 집안 일 하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시간들 외에 나머지 시간들을 최대한 내 공부에 쏟아내고 있다.
그래봤자 직장인들이 회사 가서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막 공부방도 시작을 해서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출퇴근 시간은 따로 없지만,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일할 요소들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청소, 설거지, 빨래, 정리, 그리고 아이들...
크게 표 나지 않지만 안하면 안 되는 것들.
이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하고 내 시간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행동이 느리고 정신이 쉽게 산만해지는 나는
최대한 방해받지 않고 혼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기상을 시도했다. 부디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얼마나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불타오르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4시, 5시에 하원하던 그 시기에 내가 지금과 같이 맘먹고 노력했다면
더 많은 시간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그보다 더 젊었을 때 가정을 꾸리기 전
오직 나만을 위해 쓸 수 있었던 많은 시간들,
공부만 열심히 해도 하루를 충실히 잘 살 수 있었던 그 시절들,
마치 황금인 줄 모르고 공기놀이나 구슬치기를 하다가
아무데나 버려둔 것 같은 내 젊고 어렸던 시절의 시간들이다.
지금 와서 황금 같은 시간들을 모으자니,
나의 시간들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시간이 더욱 빨리 간다고 느끼나 보다.
나이를 먹고 내게 주어진 역할들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
그것도 한창 일해서 돈 벌어야 할 시기에
가계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일 외에
나만의 공부를 한다는 것이 솔직히 어딘가 이야기하기 부끄럽기도 하다.
열심히 일 해서 돈을 벌고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고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늙은 소년 액슬브롯>에서 액슬브롯은
시골에서 농장 일을 하면서 가난과 가족이라는 그물에 얽혀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일생을 바쳤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고 학문과 예술에 대한 동경을 품었던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공부를 하여 명문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65세의 노인이 대학에서 뭔가 새로 시작하기엔 모든 면에서 맞지 않았다.
그가 기대한 젊은이다움과 낭만과 순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젊은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모두 속이 무섭게 늙은 놈들뿐이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놈,
죽어라 하고 경기에서 기록만 내려는 놈,
일생을 두고 채점표에 성적 기입할 걱정만 하는 교수들,
모두들 어쩌면 이렇게도 늙었을까.’
대학 생활에서 환멸을 느끼며 소외되고 고독해진 그는
한 시인 지망생을 만나 하룻밤 불꽃같은 우정을 나누고,
그것으로 대학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며 만족해하며 대학을 떠난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65세의 나이면
충분히 공부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늦지 않은 나이라고 한다.
주변에서도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집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가정을 소홀히 하며
자기 공부만 하고 자기 꿈을 좇는 사람을 응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3~40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생활 전선에 뛰어든 나 같은 경력 단절 엄마들,
이들에게 자기만의 공부와 꿈이 어떤 효능과 가치가 있을까.
그저 엉뚱하고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치솟는 물가에 비해 벌이가 한정적인 남편,
간당간당한 생활비와 커가는 아이들의 식비와 학원비,
나는 매일 이것을 체감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공부를 한다.
시간과 돈을 쪼개고 절약해서 나를 위해 투자하되
지나치게 내 생각만 하지 않고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기로 무던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