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can you help people become? 당신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되도록 돕습니까?
이 문장이 이상하게 울림으로 다가와 글을 씁니다. 난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되도록 돕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큰 소리로 우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상대방을 덜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뜨끔해서 내 일상을 한 번 돌이켜 보았습니다.
이 문장은 11월 24일 자 <Adage>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기고자는 토마스 콜스터(Thomas Kolster)로 자칭 '마케팅 액티비스트', '지속가능성을 정상화하는 사람' 겸 작가입니다. 그는 '브랜드가 포스트 퍼포스(Post Purpose) 마켓에서 취해야 하는 태도'라는 제목으로, 퍼포스 브랜드의 맹점과 향후 이들이 취해야 할 태도를 제언했습니다. ※ 참고 : Adage 기사 원문
'포스트 퍼포스'란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간략하게 설명할게요. 한국에 사실 많이 소개된 용어가 아니어서,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포스트 퍼포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퍼포스(Purpose, 목적)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관계'처럼, '퍼포스 브랜드'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때문에 나온 개념이어서 그렇습니다.
조사기업 입소스의 포스트 퍼포스 관련 리포트 & 깐느 광고제의 포스트 퍼포스 세션 (2020, 2019)
퍼포스 브랜드는 퍼포스 드리븐 브랜드라고도 불리는 데요. 인간과 지구를 위하는 선한 목적에 의해 비즈니스를 해나간다고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목적 선언문 (Purpose Statement) ①이란 걸 표방하고 실천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구글, 테슬라, 버진과 같은 기업이라던지, 브랜드 액티비즘 ② 이야기만 나오면 함께 언급되는 나이키 ③나 비즈니스 탄생 자체가 퍼포스와 연결되는 오틀리, 탐스, 세븐스 제너레이션 ④와 같은 브랜드들을 퍼포스 브랜드라고 부르거나, 혹은 퍼포스 마케팅 ⑤을 하고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퍼포스 마켓은 마켓이 이런 브랜드들이 가득 차 있다고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마켓 지칭 용어입니다.
<Weconomy>에서 소개한 브랜드별 목적 선언문
그런데, 토마스 콜스터는 자신이 '퍼포스 브랜드'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원대한 설교를 멈추고, 평균(보통)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더 잘 살게 도와주는데 기여해라."브랜드마다 내놓는 목적 선언문은 지나치게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연 캠페인을 하면, 담배를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캠페인을 피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꼬고 있죠. "시끄럽기만 하고, 실제 가치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마트 복도에 너무 많은 성인들(세인트, 즉 착한 브랜드라고 포장한 상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라고 의문을 갖게 된다는 거죠.
액티비즘을 하나의 니치로 활용한 브랜드는 대부분 더 빠르고, 더 영민한 경쟁 브랜드에게 도전당하게 되고, 그들이 표방했던 액티비즘은 결국 그들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잡히게 될 거라고 지적합니다. 기후나 다양성 등과 같은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이 추이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고 하고요. 그는 의식 있는 마켓(Conscious market)이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은 하지만, 이러한 의식이라는 것도 트렌트 세터만큼이나 변덕스럽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퍼포스 브랜드로 알려진 브랜드들의 허점을 꼬집습니다. 오틀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마케팅을 철저히 해왔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블랙스톤의 투자를 받았고, 경쟁자를 고소하기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바디샵은 러쉬나 핸드솝컴퍼니보다 더 의식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지도 않는다고 폄하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치 지향적인 액티비스트 브랜드라고 선서하고, 다른 브랜드에게 너는 왜 이렇게 하지 않냐며 돌을 던지며 정죄하는 순간, 당신은 유리 하우스에 사는 것처럼 완전히 노출되어버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주의적인 정치 이념이라고 선전했던 공산주의가 소멸된 것처럼, 브랜드 액티비즘도 결국엔 시들해져 버려, 우리 모두가 아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흠이 있다. 브랜드도 역시 그러하다.
이게 바로 우리가 당면하게 될 실상이라는 겁니다. 당신이 돌을 던져 정죄하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당신에게 돌아올 거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Inclusive Movement 포용하는 무브먼트
그러면서, 바로 이런 해결책을 제언합니다. "포스트 퍼포스 마켓에서 브랜드는 포용하는 무브먼트를 취해야 한다."라고. 다시 말하면, 포스트 퍼포스 마켓에서 브랜드는 보통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더 그린한 삶, 즉 더 친환경적인 삶을 살기 원하고, 1달러 같은 소액을 매일 저축하려 하고, 비건 열풍에 심취한 10대 자녀에게 불만을 토해내지 않고 싶어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찾고 있는 평균 사람을 포용하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미 있는 말을 남깁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가 하는 '무엇(What)'이나 그 무엇을 하는 '이유(Why)'를 사지 않습니다. 가치도 이젠 소모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대신, 사람들은 브랜드로부터 이것을 사게 될 것입니다.
Who brand can help people become 브랜드의 도움으로 될 수 있는 사람
즉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구매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서 구매 결정한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아들에게 생수를 사 먹지 말라고 교육하지 않고 소다스트림 제조기 ⑥의 버튼을 누르는 세심한 아빠가 되도록 도와주는 브랜드, 자녀가 돼지 저금통에 1 페니씩 매일 넣게 해서 금융이해력을 키워주는 지적인 엄마가 되게 도와주는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구해야지'란 야망을 갖고 아침에 눈을 뜨지는 않기 때문에, 포용적인 무브먼트가 지속가능성의 초석이 될 것이며, 브랜드들이 이런 방향으로 태도를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비즈니스가 끝날까봐 두렵다며, 글을 마칩니다.
이 쪽 분야에 인볼브되어 있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 일괄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어조에 100% 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ESG,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을 보고, 이를 한시적인 트렌드로 받아들여, 충분한 고민 없이 이에 편승하려는 브랜드에게는 경각심을 일으켜주는 좋은 글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근본적인 대책 없이, 리테일 매장 한 코너에 친환경 칸을 만들어 그린 칼라를 칠하고 식물 모양 홍보물 몇 개 붙여놓는 브랜드, 제품에 아주 극미한 성분을 친환경 성분으로 바꾼 다음에 친환경 라벨을 과장해서 붙이는 브랜드, 친환경 관련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서 이슈를 일으키고 매출 올리고는 싹 없애버리는 브랜드, 맥락 없은 일회성 광고 캠페인이나 단기 후원 활동을 하며 홍보하는 브랜드는 퍼포스 워싱(Purpose Washing) 한다고 비난받을 위험에 상시 처할 수 있으니, 읽어볼 가치는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내 일상과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에 잠기게 해 준 고마운 글입니다. 내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상상 말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 거리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야망을 다시 한번 가져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신가요?
Note.
① 목적 선언문(Purpose Statement)
과거 미션 선언문(Mission Statement)을 대체해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적고, 선언하는 글
②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2019년에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도 언급하는 등 한창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행동한다고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최근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는 소셜 이슈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일치하는 소신을 표방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들이 이러한 타깃 고객의 성향에 맞게, 기후위기, 다양성, 젠더 문제 등에 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친환경 청소, 종이 및 개인 관리 제품을 판매하면서 기후위기 관련 이슈에 적극 대응 및 개선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국 브랜드로, 2016년 유니레버에 인수됨
ⓒ Seventh Generation
⑤ 퍼포스(Purpose) 마케팅 VS 코즈(Cause) 마케팅
대략 2014년부터 퍼포스 마케팅은 코즈 마케팅과 대비하여 자주 소개되는데요. 예를 들면, 식량난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고 이야기되어집니다. 코즈 경영이나 마케팅을 하는 쪽은 기아들에게 배고픔을 채워주고 싶다는 욕망에 기초하여 음식과 재정 등을 지원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반면, 퍼포스는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정량의 음식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데요. 다시 말하면, 어떤 이슈를 제거하고 반대하며 시작된 것이 코즈라면, 어떤 현상을 지지하고 이루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 퍼포스라는 거죠. 지금은 또 이 두 개념이 한 브랜드에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