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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Nov 22. 2021

Z세대, 김 Green씨의 불만

feat. 기후위기, ESG, 탄소중립, 환경오염

2021년 현재,  
대한민국 남부 모 도시 해변가에 살고 있는
 20세 김 Green씨의 이야기



기후위기의 도래 

올여름,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사상 최고기온 50.6도를 기록, 캐나다 BC주에서 폭염으로 500명 사망, 서유럽에서 1000년 만에 발생한 폭우로 사망자가 최소 200명에 육박' 등 이상기후 관련 기사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면적은 무려 서울의 26배로 사상 가장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다고도 합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총 들고 싸우는 것보다 더 끔찍한 전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5일 전에 일어난 홍수 때문에 캐나다 정부는 군인 수백 명을 그 피해 현장에 파견했다고 하니, 정말 전투가 맞지 않나요?


ⓒ California Department of Forestry and Fire Protection (CAL FIRE)


전 1850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아래 온난화 줄무늬(Warming Stripes) 를 처음 보았을 때, 파란색 띠들이 빨간 띠로 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검붉은색으로 변해버린 걸 보면서, 곧 아예 까맣게 변해버리면 어쩌나 싶어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기후 과학자 에드 호킨스가 만든 온난화 줄무늬 그래프 ⓒ Climate Central Organization


전에는 국제기구와 언론, 그리고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에 직격탄을 받는 몇 국가들이 피해를 과장해서 이야기함으로써, 전 세계에 위기감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했었지만,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는 분명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침략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인류가 환경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국가와 연합들이 늦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2060년까지, 인도는 2070년까지 이행하겠다고 늦장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요.③


저는 다큐멘터리 니아인데요. 우연하게 6개월 전인가,『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봤습니다. 1926년에 태어나 거의 1세기 동안 야생의 자연과 동물을 연구해온 학자이자 방송인인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지구의 변화에 대하여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는데요.


그 다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 침략했습니다.'라고요. 우리 인간이 오직 우리의 이익을 위하여,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야생동물을 길들여서 죽이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충격적인 장면들, 이로 인해 심하게 손상되고 있는 지구 곳곳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데, 제가 사실 부끄러워졌습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 환경 변화 ⓒ Netflix

[ESG 이야기] 개인의 변화

이젠 달라져야 할 때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이야기가 나온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만 해도 아주 어릴 적부터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예사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이 OECD 국가 5위라고 하는데 ④, 저도 혹시 그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한 명이 아닐까 고민해봤습니다. 이젠 나부터 친환경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달라져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간,
'Green, Green' 해온 김 Green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기

전 매년 가족과 함께 앞뜰과 인근 산에 가서 나무 세 그루는 심어왔고, 멸종해가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소액이나마, WWF ⑤에 정기적으로 기부해 왔습니다. 저는 하루에 꼭 한 번은 스타벅스에 가는데, 귀찮고 번거로워도 꼭 내 텀블러를 가지고 다녔으며, 배달음식을 시키기라도 하면 플라스틱이나 종이 쓰레기 줄이려고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했습니다. 


전 친환경 리넨 소재 ⑥ ㄴㅇ 셔츠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ㅇㄷㄷㅅ 운동복, 천연고무와 쌀 껍질로 만들었다는 ㅇㅂㅈ 스니커즈를 신었고, 이런 옷들도 어쨌든 소모품이니, 최대한 아껴서 입고 구매를 최소화했습니다.

ⓒ Simona Sergi & Mukuko on Unsplash,  Allbirds, Parley TV


제가 사용한 폐기물은 '새활용'  하여,  그렇게 만든 천으로 주방을 꾸몄고, 철강 소재 제품을 살 때도. 수소 에너지로 만든 것을 구매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넷 제로나 RE100 ⑧을 선서하거나, ESG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면서, 진정성 있는 환경 정책을 펼치고, 탄소배출세도 제대로 내는 브랜드들을 골라 사려고 노력했습니다. 소비자로서의 제 권한을 성실히 행사해서, 미약하나마 환경보호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도심 속 디젤, 가솔린 차량들의 탄소 배출 통계의 심각성은 차치하고 라도, 저 스스로도 목에 칼칼함을 느끼다 보니,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수소 전기 버스도 많아져서 좀 공기가 나아지는 듯싶었고요.


 ⓒ Hyundai Elec City  &  Pop Zebra on Unsplash


태양광 패널이 상용화되고, 가격도 적당해질 즈음에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자가 생산해서 소비하고 남은 전기는 판매하며 돈 버는 프로슈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도 아래 사진과 같은 집을 언젠가 직접 짓고 싶었어요.


ⓒ Build Magazine (build-review.com)


그래서, 작은 면적이라도 스스로 패널을 설치해보고자,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혼자 공부하기에는 기술이 너무 복잡했고, 패널 가격이나 전문가의 강의료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미 태양광 패널의 가정 설치율은 늘어나고 있다는데, 전 당분간 이대로 살아야 하나 봅니다. 그래도, 축산 하는데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고 하여, 비건 생활을 한지는 꽤 되었어요. 전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왔습니다.





그런데, 2031년 현재, 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 Justine Bautista on Unsplash


2031년
김 Green씨
고향집을 강제로 떠나야만 하다.


전 어려서부터 해변가에서 거의 매일 5km 이상 조깅을 해온 운동 마니아였습니다. 이는 가족과 항상 해오던 제 행복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기 오염 때문에 오히려 더 병이 생기니, 집이나 피트니스 센터 밖에서는 운동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요리를 하고 난 후에,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고 싶어도, 오히려 먼지는 더 수북이 쌓이고, 숨쉬기가 더 힘들어져, 환기를 시킬 수도 없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일 년에 사비 수백만 원을 들여서, 거대한 공기청정기가 상시로 돌아가 깨끗한 공기로 채워져 있는 실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야만 했고, 그곳에서도 유산소 운동 전에는 유해한 산소가 들어왔을까 싶어 3만 원 하는 10리터 들이 공기 보틀을 대량으로 구입해놓고, 매번 들이마셔야 했습니다.

2021년 현재, 200회 흡입 가능한 8리터짜리 95% 퓨어 프리미엄 산소 보틀 2개에 $25.22로 판매 중 ⓒ Vitality Air


몇 년 전 디젤 엔진차가  폐지되더니, 얼마 전 가솔린 차량도 법으로 운행 금지되었는데, 전 전기 자동차 살 여력이 안 되어 대중교통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나빠, 실외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니, 불편함이 매우 큽니다.


부모님은 내 나이 때에 유럽 배낭여행하며 물을 사서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매우 의아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목마르면 수돗물을 마시고, 수돗물로 샤워하고, 수돗물로 세탁해도 전혀 지장이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 전 수돗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진 않은지 걱정되어, 이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수기를 설치해야 하고, 매년 더 강력하고 더 잘 거르는 진보된 신제품으로 바꿔야 합니다. 샤워기에는 정수필터를 제가 별도로 꼭 설치해야 하며, 주스만큼 비싼 생수를 매번 사서 마셔야 합니다.  비용조차 댈 수 없을 때는 건강에 좋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냥 몸에 안 좋은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폭염과 열섬 현상은 두 배로 늘어나고, 최고온도가 너무 높아져서, 쓰러질 뻔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 온도를 감당해낼 에어컨을 살 수 없어서 그냥 견딥니다.


이러한 것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 지난달에 제 고향을 떠나 연고도 없는 외지로 이사했습니다. 해수면이 올라와, 집들이 하나 둘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안전을 위해 거주민들은 필수적으로 이사하라는 고지가 있었습니다. 제 선조의 무덤도 이장해야 했고, 집도, 직장도,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내 삼십 년 인생을 살아온 고향의 흔적은 이대로라면, 몇 년 후 완전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고 합니다. 설마설마했던 일이 진짜 일어난 겁니다. 


모두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환경 보호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힘썼던 내가, 왜 고향을 떠나야만 하고, 왜 직업을 잃어야 하고, 왜 더 힘들고 가난해지는 느낌이 들까요?


왜 더 심각하게 더러운 공기와 물을 마실 수밖에 없고, 왜  심해진 열섬, 홍수, 한파 피해를 온전히 받아야 하고, 오존층 파괴로 강해진 햇볕으로 인해 피부나 눈이 손상될까 봐, 뿌연 연기와 먼지로 숨을 제대로 못 쉴까 봐, 이 좁은 집, 이 좁은 내 방에 창문도 활짝 못 열고, 갇혀 있어야만 하나요?


인류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살아갈 경우, 2030년 침수될 부산 지역 렌더링 이미지 ⓒ CoastalDEM


몇몇 사람들은 지구란 공유 자원을 맘껏 사용하여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으로 클린 테크놀로지를 먼저 도입하거나 그 혜택을 더 빨리, 더 많이 받아, 또다시 큰돈을 벌어서, 친환경적인 자기 집과 빌딩을 사고, 각종 친환경 가전들을 들여놓아 집 밖 상황과는 상관없이, 실내에  건강하고, 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더 풍요로운 삶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정작 나같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사람들이 더 심각해진 환경오염의 피해를 아야만 하나요? 각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와 손해는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 건가요? 제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꾼 이 환경, 이 피해를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었던 건가요? 


환경을 지키려면 돈 들고, 오염된 환경을 피해 살려면 또 돈 들고, 내가 배운 기술은 쓸 데가 없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꾸 사라지고, 난 새로운 클린 테크놀로지를 배울 기회도 없는데,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김 Green씨가 겪고 있는 상황에
내가 처한다면?


김 Green씨 이야기는 현재 벌어지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가 지금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고, 그래도 살아갈 경우, 머지않아 닥칠 거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용들을 참고하여, 조금 과장하여 적어본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2021 올해의 환경 사진작가(The Environmental Photographer of The Year 2021)> 수상작들을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대상> 가나 아프리카 데니그바 해변 해안 침식으로 파괴된 건물 안, 잠든 아이의 모습 ⓒ Antonio Aragon Renuncio
방글라데시의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진 땅에서 물을 찾고 있는 양 떼들 ⓒ Ashraful Islam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공장에서 식물이 뿜는 산소호흡기를 찬 소년 ⓒ Kevin Ochieng Ochieng Onyango
포 계곡의 파나로 강이 홍수와 녹은 눈으로 범람하여 고립된 가옥 ⓒ Michele Lapini


※ 참조 :  

이 수상작들은 이번 달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UN COP26)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아래 사이트로 들어가 보셔도 좋겠습니다.

The Environmental Photographer of the Year – by CIWEM (epoty.org)




Note.

Merkel demands faster climate action as flood deaths rise - France 24

    '50도' 폭염 500명 사망 캐나다 서부, 이번엔 홍수 비상사태(상보) (news1.kr)

     美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면적 역대 최대… 서울 26배 불타 (sedaily.com)

    최고 49.6도… 폭염에 캐나다 마을의 90%가 불탔다 - BBC News 코리아


②  Climate Central: A Science & News Organization


“2070년까지 탄소중립” 인도, 중국보다 10년 늦은 시간표 제시: 한겨레 (hani.co.kr)


[ESG 워치] "한국, 탄소중립 5년 더 앞당겨야" (g-enews.com)


⑤ WWF는 <세계 자연 기금>으로 1960년 창립되어, 생물의 다양성 보존, 자연자원의 지속적 이용 추진, 환경오염 및 자원 · 에너지의 낭비 방지 등 세계 자연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국제환경단체.


⑥ 리넨: 아마사로 짠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로 알려져 있는 만든 가장 대중적인 친환경 소재


⑦ 새활용: 폐자원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활용하자는 개념 ※ 참조 : 김정숙 여사, P4G 기념 '새활용 의류전' 참석 | 연합뉴스 (yna.co.kr)


RE100 (there100.org)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자료 상 탄소누출 품목 5종  ⓒ Europe Commission

⑨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의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올 7월 1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Fit for 55'에서 우선적으로 감소시켜야 하는 품목으로도 언급됨.


 ⑩ 프로슈머:  'Producer(생산자)'와 'Consumer(소비자)', 이 두 단어를 결합해서 만든 단어로 상품을 직접 생산하여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함.


⑪ 비건(Vegan):동물성 식품(고기, 우유, 달걀 따위)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주의자


⑫ 2019년 IPCC 보고서 참고


※ 참조 : 상기 이야기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보고서나 조사 자료들을 토대로 상상해 본 가상 이야기이므로, 향후 전개될 사실과 다를 수 있음 다시 한번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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