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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Mar 31. 2022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기획 시 체크 포인트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 중심

어제 잠시 DDP에서 개최하는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변형>에 들렀습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7년간 보여준 캠페인을 공간, 영상, 음악, 향기 등 오감으로 표현한 전시인데요.


여러분, 모든 캠페인, 전시회, 이벤트에는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고 통합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 아시죠? 맞아요. 꼭 기업이나 브랜드에만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구찌는 이번 전시회에서 아래처럼 전시회 아이덴티티(Exhibition Identity)를 개발하여 선보였습니다. 공간 구성 및 표현 콘셉트는 '가든'이라 뽑았고, 메인 칼라를 핑크, 블랙으로 심플하면서 통일감 있게 구현했더군요. 폰트 하나하나도 상징하는 바가 있겠죠? 한번 의미를 찾아보셔도 좋겠네요. 보통 방문객들이 사진 촬영을 하게끔 만들어 놓는 포토월은 그냥 가느다란 실들에 EI를 프린팅 하여 세워놓은 것도 생각보다는 깔끔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전시회 타이틀에 포함된 아키타이프(Archetype, 전형)가 전 본 전시의 핵심 메시지라고 봅니다. 구찌사에서는 자사가 단순히 가방이나 옷, 향수 등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보편적 상징, 민족이나 문화를 초월하는 주제나 모티프로 전형화되어 계승된 결과물임을 선언하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대놓고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 기획 의도와 브랜딩과는 별개로, 제가! 오늘! 굳이! 이 브런치 공간에서 소개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브랜드 익스피리언스(Brand Experience) 혹은 익스피리엔셜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 액티비티를 기획하고 실행할 때면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는데요. 이번 전시가 어느 정도 이 포인트들을 반영한 것 같아, 이 전시를 실례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기획 시 참고할 체크 포인트>를 공유해드리기 위함입니다.




바로 아래 세 가지입니다.


첫째, 참여(Engagement)

둘째, 다중감각(Multi-sensory)

셋째, 브랜드 DNA 투영


먼저, 참여의 경우, 방문객이 스스로 이 전시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지요. 음악과 조명이 있는 댄스 플로우를 구현해놓고, 춤추는 영상이 나옵니다. 이 공간에서는 자신이 춤을 춰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전시장에는 또한 댄스 영상이 상영되는 대형 거울들로 공간을 채우고, 그 거울들  사이에 빈 큰 거울들도 함께 비치합니다. 이는 그 거울에 비친 방문객 자신도 그 영상 속 주인공과 함께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식기류와 구찌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도 그곳에서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이 다른 영상들과 함께 모니터 속에 나타나게 합니다. 오늘 이 순간도 기록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전시 구현 방식이 일부 고급스럽지는 않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전시 콘셉트 자체는 의미 있었다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멀티 센소리 전시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꽃길이 늘어서 있고, 구찌의 시그니쳐 재질로 만든 소파가 있습니다. 이 길을 걸을 때에는 구찌 블룸이란 향수의 향기가 납니다. 이 향수의 콘센트가 꽃내음이거든요. 이 향기를 맡은 분들은 아마 구매욕을 느끼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박제 나비나 뻐꾸기 시계와 같은 것을 수집하는 이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구찌 가방들도 컬렉팅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연대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섹션에는 전시장 안이 지하철인 것처럼 구현해놓았죠. 지하철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도착하면 문이 열리고, 그럼 바람이 불어서, 앞에 서있는 마네킹의 머리가 흩날립니다. (아래 영상 참고)





마지막으로는 본 전시는 구찌란 브랜드의 DNA를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조형물, 멀티미디어 장치, 밀랍 인형 등이란 다양한 요소를 활용했지만, 결국은 구찌가 그간 기울여온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혁신과 열정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채웠다는 것입니다. 과거 광고 영상이나 지금 구찌 사이트에 가서 볼 수 있는 최근 디지털 콘텐츠나 사실 배경, 제품, 패션달라도 오케이젼이나 무드, 코어 밸류는 같아 보이는 게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사실 운영, 전시 자체의 제작 퀄리티, 기념품 관련 정책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브랜드 탄생 후 100년 간 사랑을 받았다면 그간 축적된 내공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겁니다. 구찌는 작년에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간 수많은 전문가들이 막대한 시간, 예산, 애정,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구찌 제품과 크리에이티브들을 낯선 공간에서 체험할 기회를 주는 이번 전시회는 한 번쯤 시간 내서 방문해볼 가치는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입장료는 무료이니, 미리 네이버 예약하시고 근방에 계신 분은 산책 겸 가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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