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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Nov 13. 2021

나에게 '디자인'이란?

예술가를 꿈꾸며 현재도 진행 中

며칠 전, 한 건축주와의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키가 작은 건축주는 엉거주춤 허리가 휘었지만 걸음걸이는 젊은이 못지않게 씩씩했습니다. 본인이 30대 때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파주 헤이리 토지를 노령이 되어서야 어떻게든 활용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셨습니다. 그분은 계획부지 심의를 위해 시청 심의 회의실을 다녀왔었는나를 만나자마자 불쾌한 마음을 토로하였습니다. 일생을 자기 생업(헤이리 박물관)에 몰두하여 머리가 희어지도록 박물관 전시를 위해 고심하고 노력했는데 교수, 국장, 단장이라는 사람들이 선단에 서서 본인의 작품을 비평하고 폄하하기에 이르러 예술계에 종사하는 본인으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건축주는 어느 분야이건 간에 그 분야에서 일생을 보내며 노력한 사람에 대한 예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걸 강조하셨습니다. 예술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감각들이 소위 '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편견에 휘둘리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선진국과 외국의 사례까지 접목시켜가며 격한 심정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경력이 화려하고 오랫동안 건축업종에서 일을 해왔지만 건축사로서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대에 건축을 통하여 어떠한 역할을 왔고, 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생각들로 퇴근시간도 잊은 채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우선 '건축'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식한다면 그 정의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역시 예술가라서 생각하는 것이 남달라."

"예술가 맞네."

"당신은 역시 예술가 기질이 있어서 그림도 잘 그리지."


입버릇처럼 아내는 저한테 "예술가"라는 호칭을 칭찬할 때 자주 씁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예술'은 하나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일에 지식을 적용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건축'은 지적인 일이며 지적인 도전인 셈입니다. 건축의 지적 적용이 빈약해질수록 건축은 조화로울 수 없으며 건축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람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가 없습니다.


건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건물의 형태나 공간을 조성하고 하나의 질서를 창조하는 것  
(건축 심포지엄에 관한 보고 중에서)


건축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을 표출하고 심리적인 반응을 도면화시킬 때 그런 자극들이 에너지화되고 원동력이 되면, 새로운 디자인의 시발점이 될 입니다. 건축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나가는 수없이 많은 과정들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모두 다르며 단계, 단계마다 순수하고 창의적인 도전일 경우 그 건축물이 우뚝 섰을 때 감정과 깊은 심리에 새로운 가치관과 질서가 세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술적 감각과 예술적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나고 해도 잠재되어있는 의식들이 깨지지 않으면 홀연히 사라지는 연기와도 같습니다.


나에게 '건축'이라는 말은 합리적이거나 기능적이기보다는 그 어떤 마법 같은 것이며, 압도적인 것이며, 또한 우월한 것이며, 존경스러운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1931년 알베르토 사르토 리스)


알베르토는 합리적이고 기능 주위가 팽배했던 시대에도 건축이라는 위대한 업적은 그 이상의 차원이 다른 인식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건축물이 하나의 건축 언어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충족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좀 더 발전돼서 상징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디자인의 요소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과감히 외관을 꾸민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기호 표시 디자인, 이것은 기능의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차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기도 합니다. 허전한 양면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로 의미를 두고자 했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기호를 표시한 디자인 design by 건축사사무소회인


건축사들이 스스로 자존감이나 의지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예술가'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불려지게 될 것입니다. 평면의 아름다움과 형태의 아름다움이 없다면 건축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진리를 나는 항상 믿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나 자신의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멀리 있다고 느껴지지만 대중들이 바라고 원하는 건축인의 삶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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