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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8. 2024
1화. 내 고향은 <니제르>
한국어를 가르치며 사람을 배웁니다
캐나다 유학하면서 영어와 한국어 언어 교환 프로그램을 했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를 위한 직업으로 한국어 선생님을 생각했었다. 재미도 있었다. 학점 은행제를 통해 온라인으로 2년 반 공부하고, 한국어 교원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
막연히 퇴직 후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면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고, 한국어라면 이미 원어민이라 해 볼만 한 직업으로 품던 있던 중이었다. 마침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국어 선생님 관련 채용 정보 중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관심이 생겨서 신청양식이 제출했고 봉사활동을 하도록 학생을 매칭해 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일주일 뒤 한국어 선생님과 학생들이 매칭되었고, 표로 잘 정리해서 자원봉사 카페에 게시되었다. 첫 공식적 자원봉사 활동이니 얼마나 기대되던지 과연 학생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채 며칠이 흘렀다.
센터의 운영자가 매칭된 각각의 팀의 선생님과 학생을 (기버와 버디라고 표현한다.) 카카오톡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카톡에 초대된 ‘야투(가명)'씨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10대로 보이는 흑인 학생인데 앳돼 보였다. 어머나, 이 친구는 정말 어리네. 내가 이 친구에게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을 가르쳐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우리는 첫 수업 날짜를 잡았다. 그날이 되기 전까지 회사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요즘 MZ들의 관심사, 축약어 이런 것들을 검색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수업 첫날.
ZOOM링크를 만들어 보냈고, 야투씨가 접속하기 기다렸다. 드디어 입장, 검정 화면에서 비디오가 켜지기를 기다렸다. 조금은 긴장되었고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인사말들의 조합을 만들었다.
짜잔~ 야투씨다.
굵직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야투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
내가 봤던 프로필 사진의 그녀가 아니다.
당황했다. 마흔과 쉰 사이 어디쯤 있을 나이에, 히잡을 두른 덩치 좋은 아주머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야투씨, 카톡에 있는 사진은 누구예요? "
"아~ 큰 딸이에요, 18살이에요."
사실 당황하긴 했지만, 오히려 나는 지금의 아줌마 야투씨가 더 편했다.
이미 말투도 내 말투처럼 참으로 편안하게 다가왔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제 고향은 니제르이고요, 한국에 온 지 13년 되었어요. 가족은 7명인데요, 아이가 5명이 있어요. 큰 아이는 딸이고 나머지는 아들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다섯 명이라고요?”
“네~” 해맑다.
최근 내가 알고 있는 네 명을 넘어선 최다 자녀 보유자를 만났다.
큰아이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막내는 지금 7살이다.
야투 씨는 퀴즈를 묻듯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니제르 아세요?”
“센터에서 국적을 알려줬어요. 그래서 구글링해 봤는데,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더라고요.”
그녀의 나라에 대하여 미리 알아봤다는 것에 대하여 감동하는 눈치였다.
앞으로 10회 동안 그녀를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할지 이야기했다
이미 13년 한국에 살았던 관록으로 중급 이상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녀에게 무엇을 가르치면 좋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한국어 신조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기쁨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니제르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게 되는 이색경험을 만나 엔도르핀이 돌고 있었다.
너무도 생소한 나라. 니제르.
13년 차 한국말 잘하는 아줌마 학생.
첫눈에 정들었다.
다음 편 2화. <사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