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 속에서
너가 뱃속으로 찾아 왔을 때
나의 뱃속으로 찾아 왔다는 신호를 입덧으로 시작했을 때
다시 시작된 공황장애와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갈비뼈에 금이 갔던 상태였다
멈추지 않는 기침감기로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임산부에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약이라며 타이레놀 3일치 처방받아 먹었다
공황장애로 치료 받던 정신과를 찾아가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약이 있지 않냐며
약을 처방해 달라고 빌기도 했다
너가 뱃속에서 자리 잡고 있을 때
차라리 너가 스스로 떠나주길 바란 적도 꽤 많았었다
너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
예민함 끝을 달리는 첫째 육아
세상에서 제일 바쁜 남편
때마침 기댈 수 없게 된 친정까지
너가 태어나기 한달전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
나는 너가 뱃속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먹고 그러고 다녔다
첫째 하원 후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펑펑 울어도 울어도 풀리지 않았던 설움들
그 설움은 너로 인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선택했던 상황들인데 뭐가 그렇게 세상 억울하고 서러웠던지
그땐 그랬고 그랬었다
그 설움들은 모두 너에게로 갔던 걸까
?
너는 건강하게 태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자폐아이로 태어났다
뱃 속에서의 설움들이 빚이 되었고
너는 나에게 빚을 받으러 온 아들이 되고
나는 너에게 빚을 갚아야 하는 엄마가 되었다
우리는 그런 모자관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