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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Sep 26. 2024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우디 앨런)

나누고 싶은 영화

  

“그럼 또 뜨거운 사랑을 해야 하고”(영화 중 헤밍웨이 대사)


소설가 지망생 길은 약혼녀와 예비 장모, 장인과 파리에 여행을 온다. 그는 파리의 아름다움과 낭만에 매료된다. 약혼녀는 세속적인 평범한 여자이면서 길에게는 섹시한 여인이다. 취향이 서로 엇갈리지만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인도 음식 중 ‘난’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길은 혼자 호텔을 찾다가 길을 잃는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12번이 울릴 때 나타난 구형 푸조를 타고 헤밍웨이, 피카소, 스타인 여사가 살던 시절로 가서 그들과 사교의 시간을 갖는다. 피카소가 연인을 그린 그림에 대해, 스타인 여사가 보편성만 있고 객관성은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하는데 그녀의 안목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헤밍웨이처럼. 길이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자 스타인 여사는 작품을 가져와 보라고 한다. 수정고까지 읽은 스타인 여사는 자신도 읽고, 헤밍웨이도 읽었다며, 헤밍웨이의 제안을 알려준다. “약혼녀가 바람피우는 게 뻔한데 주인공이 모르는 게 이해가 안 간다”였다. 길은 놀라서 “누구랑요?” 한다. “그 캐릭터. 현학적인 남자” 스타인 여사는 대답한다. 길은 그제야 직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걸 부정(denial)이라고 하죠.”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사슴 벌레식 문답, 권여선, 37면)과 오버랩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길이 약혼녀에게 “날 속인 순 있어도 헤밍웨이는 못 속여.”라는 대사이다.      


얼마 전 아들이 이 영화가 재밌다고 해서(남편도 몇 년 전에 넷***에서 보고 재밌다고 했다) 마침내 시간을 내어 보다가 톡을 보냈더니, 자기 방 책꽂이에 헤밍웨이 파리 시절 책이 있다고 알려 준다. 스타인 여사 꼭지를 읽었는데, 완독 결정 책이다. 에세이는 그들의 생각, 시선, 자세, 고뇌를 직접적으로 듣고 있어서 작가와 물리적 거리가 가깝게 느껴진다. 마음이 집중된다. 감독이 바라본 그런 작가, 헤밍웨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     


 

(길은 약혼녀와 마주 보고 있고, 파리지앵 점원과 몸이 같은 방향이다. 약혼녀가 말하고 있는 폴이 현학적인 그 남자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12번이 울릴 때 그녀가 나타난다. 서로 이름을 나누고 함께 걷는 엔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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