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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Nov 22. 2024

모래가 만든 세계(4) - 해변이 사라져 간다

모래는 지리적 조건에 의해 다양한 이유로 해변에 도착한다. 인근에 가파른 산이 있다면 강을 통해 모래가 해안으로 온다. 근처에 절벽이 있다면 파도가 절벽을 깎아서 생긴 모래알이 해변으로 오기도 한다. 파도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 있던 모래가 해변으로 오기도 하고 해류로 인해 다른 지역의 모래가 옮겨지기도 한다. 산호나 조개껍데기와 같은 유기물에 의한 모래도 있다. 이런 모래로 인해 여러 색을 내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글래스 비치 같은 해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해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모래의 축적 과정은 사람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 항구, 방파제, 선착장, 댐을 건설하며 모래가 해변으로 쌓이는 과정을 방해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남부 해변은 댐으로 인해 강이 실어다 주던 퇴적물 80%를 잃어버렸다. 



해변 모래 도둑들도 문제가 된다. 혹자는 무슨 모래 도둑이 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모래 이야기 시리즈를 읽어보면 우리 사회에 모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모로코와 알제리에서는 불법 모래 채취업자들은 해변의 모래를 남김없이 전부 퍼가면서 해안가가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하게 바뀌었다. 2007년 헝가리에서는 모래 도둑들이 강가에 조성된 인공 해변의 모래 수백 톤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2016년에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 반도의 해변 8킬로미터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파해쳐진 적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바다 매립 사업을 통해 지난 40년간 130㎢ 국토를 확장하며 최대 모래 수입국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변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모래를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밀수꾼들은 야간에 해변 모래를 자그마한 바지선에 싣고 싱가포르로 가서 팔아넘겼다. 2005년 이래로 모래 채취업자들은 최소한 인도네시아 섬 24곳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모래사장은 석영 알갱이에서 가끔 발견되는 희귀 광물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서 헤집어지기도 하고 농토를 비옥하게 만들려고 해변 모래를 훔쳐가기도 한다.




해안가의 모래 유실과 채취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베트남 메콩강에는 댐이 건설되고 상류에 모래 광산이 들어섰다. 삼각주는 영양분이 많이 포함된 흙이 퇴적되는 곳으로 토양이 기름져 농사짓기에 알맞은 장소다. 인구 2,000만 명과 국가 식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터전인 베트남의 메콩강의 삼각주에는 충적토가 쌓이지 않게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무분별한 모래 채취 문에 강으로부터 해변에 오는 모래가 2/3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연구되었다. 싱가포르에 모래를 팔기 위해 바다모래를 채취했던 캄보디아에서는 망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그 숲에 서식하던 다양한 해양 생물과 어족 자원이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해안을 터전으로 삼던 마을 사람들 또한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바닷속 모래도 안전하지 않다. 과거 KBS 1박 2일 프로그램팀이 소개했던 대이작도 풀등은 주변 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며 모래 유실을 겪고 있다. 풀등은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는 모래톱을 의미하는데, 바다의 퇴적물이 쌓이는 곳으로 다양한 바다생물에게 있어 산란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03년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여의도 면적의 309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지만 지금은 2/3 이상이 유실되었다. 바다 밑에 모래를 채취할 때는 지역에 침전된 퇴적물들이 물속에 자욱하게 떠오르면서 어류들은 호흡하지 못하게 되고 해조류는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산호초, 맹그로브 숲, 해초 지대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을 비롯한 여러 해변들은 인공적으로 모래를 부어 조성한 것이다. 해변 모래의 자연 퇴적을 방해해 온 인간은 이제 그 과정을 인공 퇴적으로 대체하며 해변 조성은 막대한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미국이 최근 수십 년간 인공 해변 수백 킬로미터를 조성하는 데에 쏟아부은 예산은 70억 달러가 넘는다. 웨스턴 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는 전체 해변의 25퍼센트 정도를 새로 메웠다고 한다. 어디서에서나 무한정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모래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많은 모래를 구하기 위해 모래 채취를 하는 과정에서는 해양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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