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의 쓸모> 번외편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 뉴기니 지역에 서식하는 극락조에 대해 한 조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적에게 잡혀 죽을 위험이 있더라도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점점 더 아름다워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 리처드 프럼
총 40여 종의 극락조는 저마다 몇 시간씩 지속하는 독특한 개인기들을 연마한다.극락조의 종류는 다양한데 넷플릭스 <우리의 지구>에서는 검은낫부리극락조라는 신기한 새는 날개를 머리 위로 쭉 피고 마치 발레를 하듯 다리를 오므렸다 핀다. 열두줄극락조 수컷의 꼬리는 가느다란 털이 여러 가닥으로 나있는데 엉덩이 춤을 추며 상대 암컷의 얼굴을 간지럽힌다. 어깨걸이 극락조는 두 날개를 펼쳐 모아 마치 사람이 웃는 모습으로 춤을 춘다. 큰극락조는 날개와 몸통 사이에 마치 공작과 같은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다. 꼬리비녀극락조 수컷은 암컷을 위한 공연장을 청소하고 자신의 파란 눈을 노란색으로 바꾸며 공연을 시작한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다움에 투자한 극락조의 깃털은 사람들의 눈에도 아름다워 보였다. 원주민들은 이러한 극락조를 사냥하여 화려한 깃털로 치장구를 만들었다. 극락조를 사냥하고 깃털을 관리하고 보관하 기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신부를 데리고 오기 위해 자신의 아들에게 화려한 극락조의 깃털 장식품으로 치장하게 한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새의 다리를 잘라 가공했다.
이후 대항해시대 스페인의 마젤란 함대가 파푸아 지역의 몰루카 제도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에게 다리없는 새를 선물로 받았다. 이런 새를 처음 본 유럽인들은 실제로 다리가 없는 새라고 여겼다. 그래서 이 새는 하늘에서만 사는 새 즉 천국의 새라는 뜻으로 Bird of Paradise라 불렸다. 18세기 스웨덴의 분류학자인 '린네'는 큰 극락조의 학명을 'apoda'라고 지었는데 a(not)'라는 뜻과 'pod(다리)'가 합쳐진 말로 Footless, 다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세상에 다리가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이슬만 먹고 살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다네.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