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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Dec 23. 2024

소크라테스의 인생을 바꾼 신탁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사람이 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Socrates)다.


소크라테스의 철학 활동에서 유명한 것은 '산파술'이다. 산파술은 진리를 출산하도록 돕는 대화법이다. 


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의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상대방 주장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모순점이 드러난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되고,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사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왜 이런 산파술을 퍼뜨리게 되었을까?


소크라테스에게는 카이레폰(Chaerephon)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카이레폰은 델포이 신전에 가서 신탁을 받는다. 


델포이 신전은 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유명한 신탁소였다. 

물론 신에게 직접 말씀을 듣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피티아(Pythia)라는 무녀를 통해서 신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카이레폰은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가?"라고 신에게 물었다. 


그러자 놀라운 신탁을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친구 소크라테스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것이었다. 

카이레폰은 이 신탁을 소크라테스에게 알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 신탁에 의문을 품었다. 

자신은 전혀 지혜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탁이 헛소리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 방향을 결정했다.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나러 다녔다. 

만약 자신보다 지혜로운 사람들을 찾는다면 신탁이 틀린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신탁이 옳은 것으로 판명할 수 있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지혜로운지를 판명하기 위해 '질문'을 사용했다.


소크라테스: 젊은 병사여, 너는 용기 있는 사람인가?

병사: 그렇습니다. 저는 전장에서 두려움 없이 싸웠습니다.

소크라테스: 훌륭하군. 그렇다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용기인가?

병사: 물론입니다.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것이 용기입니다.

소크라테스: 하지만 만약 적이 압도적으로 강한데도 무모하게 덤벼드는 것이 용기인가?

병사: 음… 그것은 어리석음일 수 있겠네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용기는 단순히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을 할 줄 아는 지혜와 관련된 것 아닐까?


소크라테스: 너는 덕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하나?

시민: 물론입니다. 덕은 훌륭한 삶의 기초죠.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덕이란 무엇인가?

시민: 덕은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올바르게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 법을 따르고, 남을 돕는 것이겠지요.

소크라테스: 하지만 법이 부당하다면 그 법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가?

시민: 아닙니다. 그런 경우에는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덕은 법을 따르는 것 그 이상이며, 올바른 판단과 지혜가 포함된 것이군.


소크라테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가?

농부: 물론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죠.

소크라테스: 흥미롭군. 그렇다면 일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을까?

농부: 음… 아니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행복은 단순히 일에서 오는 것이 아니겠군.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농부: 행복은 좋은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사람들의 지혜를 살펴보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은 '잘 몰랐다'.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상대방은 자신의 모순된 주장을 마주하게 되고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무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산파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관용이 사라진 사회에서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유혹해 불손한 사상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고발을 받아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지혜는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는 분명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배움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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