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토요일 오후
금요일 늦은 야근으로 집에오자마자 씻는둥 마는둥 침대로 직행한 다음 날, 당신은 아침겸 점심을 대충 때워 허기를 채운다. 설거지 거리는 일단 귀찮으니 미뤄두도록 하고 책상 앞 의자에 앉거나 거실의 쇼파에 몸을 파묻는다. 배도 채웠겠다,
뭔가 할 일이 없나?
이때 보통 사람들은 여러 취미활동이나 여가 생활을 지낸다. 여행, 카페, 디저트 가게를 간다던지 스포츠를 즐기거나 가만히 앉아서 티비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래를 감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약속도 없는 주말 이른 오후다. 밖에 혼자 나가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책 읽으면서 두뇌활동 하기에는 지치고 귀찮다. 공부는 더더욱 선택지에 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성 및 2030들은 이럴 때 컴퓨터나 폰을 붙잡고서는 게임을 할 것이다. 굳이 2030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활동이나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게임을 접하리라. 그 옛날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전국 PC방을 휩쓸지 않았던가. 게임이라는 여가활동에 한 번 빠져본 사람은 여유시간에 자연스레 디지털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마련이다.
게임.
정말 여러 장르와 여러 종류의 게임들이 존재하지만, 본 글에서의 게임은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전자게임들을 일컫는다. 보통 게임하면 이쪽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프로 리그 경기 생방송 시청자 수가 20~30만 명 쯤은 가볍게 확보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게임은 국민 여가활동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여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게임실력은 일종의 계급과도 같이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왜소한 몸에 그리 크지 않은 키와 근육, 뿔테안경을 끼고, 별 좋지 않은 옷스타일을 하고 있어도, 주류 게임의 고티어 유저이거나 랭커라고 하면 그 사람 뒤에 후광이 비쳐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라나. 그 사람이 다시 보인다.
이런 만큼 게임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같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 뭐가 남아?" "게임 할 시간에 운동하고 책 읽는게 더 유익하지" 등등 게임은 그냥 시간낭비이고 그 시간에 생산적인 것을 하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는 것이다.
생산성이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한다면 이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매우 권장되는 의견이며 지당하다. 게임 내 업적은 오로지 게임 내부나 관련 게임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것이지, 돈과 일에 관련된 효율을 높여준다던가 교양이나 전문지식을 함양시켜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게임의 시스템이나 기술의 숙련도를 극한으로 갈고 닦아서 장인의 영역에 든다면, 프로 선수를 하거나 개인 방송인으로서 수익을 얻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필자가 봤을 때 상당히 도박적이다. 터지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기에.
재미도 있으면서 생산성이나 지식을 높여주는 취미 및 여가 활동은 매우 많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게임은 재미를 제외하고는 단점 투성이인 셈이다. 신체적 활동이 거의 없이 앉아서 구부정한 자세로 모니터만 몇 시간 노려보는 것이 건강과 생산성에 도움이 될리 만무한 것이다.
심지어는 WHO에서는 게임 중독을 새로운 질병코드로 등록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이미 셧다운제라는 제도가 도입이 되어 있다. 기성세대나 우리 사회는 이미 게임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 살아남을 구석이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게임은 죄가 없고 오히려 사회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사회가 게임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실외활동보단 실내로 들어가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게임으로 빠지게 되는가?
거 좀 멍청하게 앉아서 게임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거나 좀 해라!
어디 한 번 학교주변을 빠져나와 번화가로 가서 주위를 둘러보자. PC방이 많은가, 체육시설이 많은가. 이미 인프라에서부터 문제가 많다. 쉽게 말해 아이들과 시민들이 이용할 공용 체육시설이 압도적으로 적은 것이다.
시민 체육관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공원의 체육시설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잘못하면 노인들 관절 나가기 쉬워보이는 기구들만 잔뜩 있고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흙 운동장은 왜 없는가? 하다 못해 아이들을 위한 정글짐이나 미끄럼틀 구조물도 적다.
이번엔 교내를 살펴보자. 고3의 체육시간을 본적이 있는가?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고3이었던 때만 해도 체육활동 시간이 아니라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의 수면 보충시간이었다. 학교마다, 아이들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늘 하던 사람만 참가한다. 이러면 학생들 개개인의 정신상태 문제가 아닌가 하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학생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교내 체육관련 제도나 지원 실태를 봐야 한다. 필자가 경험하기로는 교내 체육활동은 내신과 학생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일단 대입 기여도에서부터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제도부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구조인데 과연 피곤에 찌든 학생들이 구태여 체육활동을 하려할까? 차라리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 몇 판 하는게 속 편하다.
중학교는 덜 하지만, 대입에 직결되는 고등학교에서의 체육환경은 정말 조악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현 고등학교는 어떻게 굴러가지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다녔을 당시인 4~5년 전만 해도 학생을 위한 체육 동아리나 체육부는 거의 없다시피 하거나 있다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학업의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체육에 신경을 쓸 수 없는 것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생활체육으로서의 부활동이 아닌 것도 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체육부를 한다고 하면, 엘리트 체육인을 목표로 한다는 소리와 동급이다. 그런 극과 극을 달리는 환경에서 과연 학생 탓을 해야 하는가?
체육시간을 살펴보자. 체육평가도 학교 내에 있는 기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면으로 진행하지만, 애초에 교내 체육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달리기나 공으로 하는 팀 스포츠, 줄넘기 정도이다. 체육 평가 말고도 자유 체육 시간에 학생들이 즐길 스포츠는 거의 없는 것이다.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를 즐길 수는 있으나, 팀 스포츠를 싫어하거나 꺼려하는 학생들은 소외되는 것이다.
설마 여기서도 조직생활에 녹아들지 못하는 학생 개인 탓을 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소규모 매치를 벌일 수 있는 배드민턴, 배구, 탁구등 조금만 자재 투자만 해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많다. 즐길 거리를 충분히 준 다음에 탓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애초에 국민 생활 체육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였다면, 시내에 공용 체육시설이 늘어났을 것이고 교내 수업 장소를 위탁해서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해도 충분히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비 사회인들이 충분히 교내 수업을 통해 시내의 체육 인프라에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는다면, 사회인이 되어서도 이용하려 들지 않겠는가?
애초에 인식 자체가 스포츠 활동은 "운동부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고가 형성된 데에는 국민 생활 체육보다는 엘리트 체육인 육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현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풍토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체육활동말고도 다른 자기계발 활동은 말할 것도 없다. 독서, 봉사, 음악 등등 거의 모든 취미나 여가 활동이 대학 입시 활동(수시)과 연관지어져 있다. 정시라면 수능 공부를 위해 달려가야 하는데 여가 활동이 눈에나 들어오겠는가. 이미 입시에 지친 학생들이 굳이 또 에너지를 써가면서 창조적인 여가활동에 힘쓸 리가 없다. 상기한 것처럼 그냥 짬날 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 백 번 편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볍게 시작한 게임은 여유없는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달콤한 도피처가 되어버리고 자연스레 학생들은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학생뿐인가. 사회인들은 더더욱 경직되어 있다. 위와 같은 학창시절을 통해서 길러진 여가활동 습관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더 좋아질 일은 만무하다. 자기계발 활동을 하던, 체육활동을 하던 여유 에너지와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종의 소모 활동이다. 결국 이 두 가지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업무와 복지 부분에서 법적인 보장이 확실해야 하지만 현 사회가 과연 그런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기가 힘들다고 본다.
게임으로 몰두한다고 게임을 욕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현실에 좀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왜 기성세대와 사회주도층은 그리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좀 더 여유와 에너지가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