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밥이 늘었다

by 여행이

어느새 프리랜서로 활동한지 4년째.
이제는 제2의 직업, '시니어 플래너'라는 이름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직장생활을 내려놓으며
"이젠 좀 쉬어보자" 다짐했지만,
그 평온은 6개월도 채 가지 못했다.

결국 다시 일을 찾게 된 나,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이번 생앤 열심히 일하며 살아야 하느니라"
알 수 없는 그 목소리가 쉬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지금 나는 6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 교육 강사로 활동을 한다.

복지관, 도서관, 경로당을 찾아가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일이다.
대부분 1:1수업이라,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꽤 높다.

오전과 오후, 주어진 일정에 맞춰
서울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배에서 알람이 울린다.
"밥은 먹고 해야지."
밥심으로 사는 나에게
점심은 빼놓을 수 없는 쉼표다.

가끔은
교육장에서 만난
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지만
혼자만의 고요가 필요해
혼밥을 즐길 때가 많다.

커피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할 때도 있지만,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밥집 문을 열기도 한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들어선 크고 작은 식당.

낯선 공간이지만 묘하게 익숙한 공기와
따뜻한 사람 냄새가
한 끼의 시간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처음엔 낯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어색해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편안함이 따라온다.

메뉴판을 천천히 훑고
마음이 끌리는 한 끼를 고르는 그 순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된다.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국물을 후루룩 넘기는 소리,
심지어 식사와 대화가 뒤섞여
오르내리는 목소리까지.
그 모든 작은 소리들이
하루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혼자이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이 시간이 내 안을 천천히 채워준다.

혼밥을 하며 깨닫는다.
직원분의 친절 덕에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인사가 더 크게 나오는 집.

겉은 소박해도 깊은 맛으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집.

모던하고 깨끗한 실내 덕분에
머무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집.

'혼밥'은 단순히 한 끼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저마다의 매력을 내게 건네주었다.

맛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함과 청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작은 빈틈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그 빈틈조차 취향의 차이이기에, 완벽이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렇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각자 잘하는 것과 서투른 것이 섞여 있다.

혼밥을 즐기다 보면 그런 불완전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을 향한
마음도 한층 너그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