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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yaChoi Nov 17. 2024

온 더 라디오 (On the Radio)

온 더 라디오 (On the Radio) | 시작하기

집에 있던 낡고 작은 오디오의 CD 플레이어가 완전히 고장나서 그냥 라디오만 들었는데, 어느 날 안테나를 아무리 옮겨도 잡음이 심해서 라디오도 껐다. 대신 휴대전화나 태블릿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서, 유튜브로 예쁜 노래들을 찾아 듣거나 KBS 콩 (FM93.1)과 CBS 레인보우 (FM 93.9)를 들었지만, 점점 귀찮아졌다. 그 틈에 새로 산 커다란 TV에 인터넷이 연결되었고, tvN과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온갖 영상들이 음악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그래도 너무 지치면 무한정 음악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날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래가 떠올라서, 널브러져 몇 시간을 듣고 또 듣다 보니 깜깜해졌다. 옛날 옛날 추억의 노래까지 찾아들으며 잠들지 않는 나를 보고, 아마도 시끄러워서 더 못참게된 남편과 딸이 나를 위해서 새 오디오를 찾기 시작했다. 오디오에 대한 요구사항이 너무 많고 까다로워서 스스로 고르지 못하던 나는 내심 기대가 컸다.


며칠 뒤 현관 앞에 배달된 프는 CD와 LP와 블루투스가 다 연결되는 야마하로 비교적 싼 가격대비 꽤 그럴듯 해보였다. 스피커는 돈이 많이 드니까 직접 들어본 뒤에 사야한다며, 딸은 옛날 야마하 스피커 아주 쪼끄만 걸 그대로 새 프에 연결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휴대전화로 유튜브 음원을 재생하고 들으니, 뜻밖에도 찌지직 잡음이 들렸다. 굳어진 내 표정을 보고, 나름 전문가인 딸은 유튜브 음원의 음질이 나빠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평소 듣는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로는 유튜브 음원의 잡음이 잘 안 들리지만, 스피커가 조금 커지면 음원 깨진 부분이나 잡음이 잘 들리기 때문에, 큰 스피커로 음원을 들으려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배달포장을 풀고 꼬불꼬불한 라디오 선안테나를 꺼내서 프에 연결한 뒤, 라디오를 켜고 벽 이리저리 선안테나를 옮기더니, FM93.1이 잘 잡히는 데다가 스카치테이프로 딱 붙였다. 갑자기 허름한 중고세트처럼 보이던 오디오에서 예쁜 음악이 깨끗하게 흘러나왔다. 눈이 동그래진 내 표정을 놓치지 않은 딸이 오래된 숙제를 한 거 같다며 뿌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후, 우리 집에서는 다시 라디오가 켜져 있다.


하루 뒤 도착한 CD 플레어는 좀 전에 버린 원래 거보다 더 낡은 십여만원짜리 중고 인켈이었는데, CD 넣을 때는 케이스가 천천히 들어가더니, 뺄 때는 좀 나오다 말아서 결국 손으로 잡아 빼야했지만, 그래도 재생은 잘 됐다. 몇 년 동안 못 듣던 CD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들어볼까 한참 망설이다가, 저녁이어서 조용한 첼로 명연주 모음을 꺼내서 들었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저 CD들을 다시 다 들을 수 있다니 감개무량했다.


무엇보다 라디오가 다시 켜지니, TV도 유튜브도 꺼지고, 음악을 들으며 이 일 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쪼그라들던 뇌가 다시 살아나는 거 같다.


브런치스토리에서 Jeff Jung님, 배대웅 작가님이 소개해주시는 노래들을 듣고, 음약의 영역을 확장하는 기쁨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음악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라디오 어게인', '빽투더 라디오'라는 제목이 어떠냐는 내 말에 딸이 "아니지, 엄마는 '올웨이즈 라디오'지"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제목을 고민하다가, 'On the Radio'로 정했다. 카테고리는 그냥 두서없이 좋아하는 노래가 될 거 같다.


첫 곡은 글 제목을 찾다가 발견해서 처음 듣는 "On the Radio"다. 어제는 11월 가을 비가 내렸고, 오늘은 노란잎 빨간잎이 싸늘해진 길에서 정처없이 뒹굴었다. 가사에 마침 'We heard november rain' 이 있고, 리듬도 무겁지 않아 더 좋다.


You laugh until you cry. You cry until you laugh.


On the Radio Regina Spektor (2006)


https://youtu.be/8TQ17Dp76e8?feature=shared

가사


On the Radio Regina Spektor (2006)


This is how it works
It feels a little worse
Than when we drove our hearse
Right through that screaming crowd
While laughing up a storm
Until we were just bone
Until it got so warm
That none of us could sleep
And all the styrofoam
Began to melt away
We tried to find some words
To aid in the decay
But none of them were home
Inside their catacomb
A million ancient bees
Began to sting our knees
While we were on our knees
Praying that disease
Would leave the ones we love
And never come again
On the radio
We heard November Rain
That solo's really long
But it's a pretty song
We listened to it twice
'Cause the DJ was asleep


This is how it works
You're young until you're not
You love until you don't
You try until you can't
You laugh until you cry
You cry until you laugh
And everyone must breathe
Until their dying breath
No, this is how it works
You peer inside yourself
You take the things you like
And try to love the things you took
And then you take that love you made
And stick it into some
Someone else's heart
Pumping someone else's blood
And walking arm in arm
You hope it don't get harmed
But even if it does
You'll just do it all again


And on the radio
You hear November Rain
That solo's awful long
But it's a good refrain
You listen to it twice
'Cause the DJ is asleep
On the radio
(oh oh oh)
On the radio
On the radio - uh oh
On the radio - uh oh
On the radio - uh oh
On the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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