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eyaChoi Nov 20. 2024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 데이비드 가렛.

온 더 라디오| 파가니니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그 재능이 어찌나 뛰어났던지, 파가니니가 바이올린 활의 말총이 투두둑 끊기도록 빠르고 화려하게 자신의 곡을 연주하면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만큼, 파가니니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처음에 무명이던 파가니니는 유명해지려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발밑에 촛불 몇 개를 켜서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서, 자신을 괴테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처럼 연출했다. 거기에 더해, 아무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초인간적 재능 때문에 천재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그가 진짜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재능을 얻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인지, 파가니니가 죽은 뒤에 교회들이 '악마와 거래한 파가니니'의 매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파가니니의 시신은 방부처리된 채로 타지를 떠돌다가 4년 만에 고향에 돌아갔지만 여전히 교회에 묻히지 못하다가, 공식적으로는 하나뿐인 사생아 아들이 탄원하고 애쓴 덕에 무려 36년 만에 간신히 고향 땅 교회에 묻혔다.  


이 전설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그린 영화 "파가니니"에서, 바이올린 실력도 넘사벽에다가 배우 뺨치게 잘 생겨서 클래식계의 아이돌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이 주인공을 맡았다. 데이비드 가렛은 4 살 때부터 일찌감치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14살 때 파가니니 전곡을 연주한 신동이었다. 줄리어드 음대에 다니는 동안 작곡상을 받았고, 이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도 대단하지만, 배우가 너무 잘 생겼는데 어찌 저리 연주까지 잘하는지 감탄과 함께, 저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청중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너무 좋겠다는 부러움이 저절로 샘솟는다. 파가니니 음악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지휘자 샤를 뒤투아도 다 잊혀지고, 데이비드 가렛만 남았다.


영화 속에서 파가니니는 영국 런던 공연을 위해서 머물렀던 지휘자 왓슨의 집에서 딸 샬롯과 사랑에 빠져서, 샬롯을 위해 "그대만 사랑해, 내 사랑(Io Te Penso Amore)"을 작곡하고 샬롯이 그 곡을 부른다. 하지만 조신한 샬롯과 평소 술, 여자, 도박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나쁜 남자 파가니니는 염문설에 휩싸이고, 파가니니는 성추행혐의로 잠시 옥살이를 한 뒤 런던을 떠난다. 여전히 샬롯을 잊지못한 파가니니는 유럽 연주를 같이 다니자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하고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죽기 전에 파가니니는 샬롯을 그리워하며 영화가 끝난다. 이 곡을 처음 들으면, '응? 파가니니가 이렇게 감미로운 아리아를 썼나?' 싶을 만큼, 이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노래는 오페라 같은 장면과 잘 어울리며, 기교적으로 빼어난 파가니니의 곡들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데 더 자세히 찾아보니, 이 곡은 파가니니가 아니라 데이비드 가렛이 만든 영화 파가니니의 OST다! 후유, 진짜 잘 생겼지, 파가니니의 환생처럼 바이올린 연주도 잘하지,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다니, 데이비드 가렛은 너무 멋지다.


이 곡을 부른 니콜 슈레징거의 비단결 같은 목소리가 데이비드 가렛의 강렬한 바이올린 소리를 뚫고 나와 부드럽게 얹힐 때, 소프라노는 귀 아프다는 편견이 완전히 깨진다. 니콜의 표정도 발음도 너무 좋은데, 둘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데이비드 가렛의 바이올린과 니콜 슈레징거의 목소리처럼 서로 아름답게 감싸 안아야 할 거다. 가사가 뭔지 알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팬텀싱어3에서 우승했던 라포엠의 카운터 테너 최성훈이 부른 버전도 좋지만, 이 노래는 역시 니콜 슈레징거가 최고다. 이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1000만을 넘었는데, 그중 내 지분이 100은 넘는다. 현실이 어떻든, 그대만 사랑해, 내 사랑!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2013) 영화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 1782-1840, 이탈리아)

데이비드 가렛(David Garrett, 1980, 독일)

이작 펄만(Isaac Perlman, 1945, 이스라엘)

니콜 슈레징거(Nicole Scherzinger, 1978, 미국)


https://youtu.be/YoycNjZ2MwE?feature=shared


Io ti penso amore

Quando il bagliore del sole risplende sul mare

Io ti penso amore

Quando ogni raggio della luna si dipinge sulle fonti

Io ti vedo

Quando sulle vie lontane

Si solleva la polvere

Quando per lo stretto sentiero

Trema il viandante

Nella notte profonda

Nella notte profonda

Io ti sento amore

Quando col cupo suono

Si muovono le onde

Nel tacito boschetto caro

Spesso ad ascoltare seduto alla luce

Io sono con te

Anche se tu sei lontano

Sei vicino a me

Anche se tu sei lontano

O fossi qui

O fossi qui

O fossi qui


https://naver.me/xC6tJeaU


작가의 이전글 온 더 라디오 (On the Radi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