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

프롤로그

by 이은

검은 하늘이 번뜩이는 날. 숨이 가파르고 심장이 아프다.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해. 지금 서 있는 육체가 그대로 쓰러진다. 끝나지 않는 영원으로 추락한다. 시간은 얼마나 흘러야 할까.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빛이 새어 든다. 보인다. 경멸하는 눈빛과 비웃는 듯한 표정. 분명하다.


"너, 누구야"


알 수 없다.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희미해지는 빛으로 온 세상이 검게 뒤덮인다.

분노로 가득 차오른 육체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 희미한 음성이 다시 들려온다. 아비라는 사람의 심장에 칼이 꽂혔다. 그게 내 이야기의 끝이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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