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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dgld Aug 17. 2022

만날 순 없지만 당신을 알고 있어요

피비 브리져스의 사람 대 사람 속 고뇌

 최근 인디 앨범에 빠져 살고 있다. 인디 음악의 매력은 아무래도 아티스트 본인이 어떠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은 채, 맘껏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할 수 있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인디 앨범 중 2010년대 필수 청취 앨범이라고 불릴만한 Phoebe Bridgers(피비 브리저스)의 Punisher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앨범 Punisher

 본명 Phoebe Lucille Bridgers, 활동명 Phoebe Bridgers(피비 브리저스)는 어릴 적 한 명의 존경하는 뮤지션을 필두로 다양한 인디 록, 이모 펑크 곡을 들으며 자라왔다. 그 한 뮤지션은 바로 Elliott Smith(엘리엇 스미스), 그녀의 가창법과 곡의 분위기, 가사의 내용 모두 엘리엇 스미스에게서 나왔다. 그렇기에, 뮤직 비디오와 후에 소개드릴 타이틀곡 Punisher에서 모두 그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Motion Sickness와 Miss Misery의 MV 속 장면

 그녀는 집 근처 농산물 직거래 센터에서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용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피비를 가수로 발전시켰다. 그녀의 데뷔곡 Killer와 Killer EP는 인디씬에서 꽤나 인기를 끌어 정규 1집 Stranger in the Alps를 완성시켰으며, 이때의 인간관계에서의 후회와 사과의 정서는 정규 2집 Punisher까지 이어진다.

싱글 Garden Song, Pitchfork의 베스트 싱글에 꼽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자라왔네요

 퍼니셔의 두번째 트랙인 Garden Song에서는 어릴 적 자신의 추억과 현재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언젠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커 버렸네요", "의사가 제 심장을 만지곤 제 분노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죠"등 굉장히 담담한 어조인 반면 많은 의미들을 응축하여 가사를 구성했다. 기타소리와 전체적인 화이트 노이즈가 곡을 잔잔한 분위기로 전개해 어릴 적 소망과 꿈에 대해 노래하는 상황과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몽실몽실한 분위기는 덤.

Kyoto MV 중
죽여버리고 싶어요, 내가 되려 아프지만 않는다면

 그녀에겐 마음의 상처가 되버린 아빠가 있다. 그녀의 아빠는 깨어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의 알코홀중독자였으며, 그녀의 어머니와 이혼을 한 이후로는 도저히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빠른 박자로 도입하는 세번째 트랙 Kyoto는 그런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도쿄의 하늘을 꿈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과는 상반되는 업비트 분위기와 언뜻 연인처럼 포장된 '아버지'는 서로 반대되어 더더욱 표현을 심화시킨다.

피비의 우상, 엘리엇 스미스 (Elliott Smith)
만날 순 없지만 당신을 알고 있어요

 엘리엇 스미스의 모든 것, 풍기는 분위기부터 사소한 바이브까지 빼다박은 그녀는 이번 앨범의 주제를 엘리엇 스미스와 실제로 만난다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정했다. 어렸을 때 부터 학대받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헤로인 중독으로 끝내버린, 비참했던 비운의 뮤지션 엘리엇 스미스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음악을 제작했다. 퍼니셔의 네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Punisher은 엘리엇이 할 만한 고민과 생각들을 그녀가 대신 걱정해주며 보듬어주는 내용의 가사로 구성되어 있다. 따뜻한 가사와 재회의 분위기에 걸맞게, 톤다운된 피아노 소리가 우리 가슴을 만져낸다.


 앨범의 전체적인 메세지는 인간관계 속 후회들과 못다한 말들이 엉켜 만들어진 화음과 불협화음이라고 전달 드리고 싶다. 피비와 그녀의 가장 큰 모티브인 엘리엇 스미스 모두 불우한 환경 속에서 음악으로 자신을 위로해왔으며, 그런 음악을 대중을 대신 위로해주는 도구로 사용한 천재 아티스트들이다. 분위기는 이전에 소개드렸던 테일러의 앨범 folklore와 유사하지만, 더 침체되고 우울한, 그러나 몽실몽실한 분위기는 앨범 Punisher의 두드러진 성격이다.


 지독하게 꼬인 인간관계 속 걱정이나 후회가 가득한 사람들에게, 혹은 마음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이 앨범 Punisher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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