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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Dec 12. 2023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

DDP 전시. 조립식 장난감 블록은 건축 이론을 투영한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는데, 도무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적잖이 비좁은 곳이라도 보이면 다짜고짜 밀어 넣을 심산인데, 좀처럼 비빌만한 공간이 보이질 않는다. 운전을 시작하고부터 언제나 가장 바라고 있는 모빌리티 기술이 간절하다. 언젠가는 상용화되리라 굳게 믿고 있다. 텐트나 유모차처럼 착착 접히는 변신 자동차.

인간이 누리고 싶어 하는 공간은 다양하고도 넓다. 그리고 팬데믹을 겪으며 개인 공간에 대한 가치와 중요도는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3차원의 세계는 현존하는 물리적 형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브라이 싱크론'에 입각하여 매트릭스나 4차원의 세계를 빌려 쓸 수 있기 전까지는 현실의 제한된 공간을 사이좋게 나누어 차지하여야만 한다.

인간은 모여들고 협업하며 도시화하였고 인류라는 클러스터를 구축하였다. 수평형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공간을 수직으로도 쌓아서 부피를 중첩하기 시작하였다. 공간 활용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층 건축물과 공간을 공용으로 공유하는 집합주택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야외 공간을 규정하고, 실내공간의 덩치를 키우는 행위는 여전히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주택의 여러 면모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미래의 집을 소재로 다루었다. 학부 시절 삼고초려로 인터뷰했던 '운생동' 장윤규 선생님께서 출연하셨다. (실제로는 '초려草廬'가 아닌, 멋지고 감각적인 복층 멀티 공간이었다.) 그리고 과거 왜 그토록 선생님을 꼭 만나 뵙고 싶어 했는지 다시금 떠올랐다. 트랜스 폼 주거 형태에 대한 제안을 보다가는 나도 모르게 무수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시골에 지을 농막을 고민하던 차에 외국의 확장형 이동식 주택을 보며 거스를 수 없는 기술의 진보를 실감했을 때, 어제의 미래가 오늘이라는 현재가 되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니, 멀티 공간의 활용과 유휴 공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저 연구 개발과 상용화를 쉼 없이 응원하며,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다.


'서산시대' 하나두 건축 칼럼 기사로 동시 개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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