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육각 Feb 14. 2022

[내식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BY 이미미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초신선한 식재료의 ' 믿는 

정육각이  (my style)대로 행복한 

내식(eat-in)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내식대로> 인터뷰에서 

#정육각을먹는습관 을 가진 이웃들을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란제리 디자이너 이미미입니다.


 '이누리'라는 실명보다 더 많이 불리는 저의 별칭 미미는 美味 아름다울 미, 맛 미입니다. 이름 그대로 저는 예쁘고, 맛있는 걸 사랑하는 탐미주의자랍니다. 


친구들이 그래요, "미미 쟨 맛있는 거만  먹어." 저는요, 어릴 때부터 맛이 없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절대 먹지 않았어요. 5살 때부터 엄마가 음식을 하실 때 저에게 간을 보게 하셨대요. 조금 더 커서는 살찌는 게 싫어서 먹는 것에 엄격했는데, 그래서 한 끼 한 끼가 소중했어요. 맛없는 걸 먹고 살이 찌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겼달까요. 한 번 먹을 때 제대로 맛있게 먹습니다. 


요리와 술의 필연적 관계


저의 미식생활에서 술은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예요. 저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을 좋아해요. 단, 술 앞에 '맛있는'이라는 전제가 꼭 붙습니다. 향과 맛이 풍부한 술을 좋아해요. 제 저녁 사진을 잘 보시면 '밥'을 잘 안 먹어요. 그날 메뉴에 잘 어울리는 술을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음, 밥상보다는 '술상'에 가깝죠. 주량은 (의외로) 와인 반 병입니다. 주량이 아쉽긴 하지만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니까요.


어릴 땐 몰트 위스키를 좋아했고, 지금은 와인을 좋아해요. 최애는 샴페인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일 샴페인 마시는 삶을 살고 싶어요.


#미미네술상


삶의 우선수위


보통 제가 요리 하는걸 보고 절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시는데, 정확히는 극단적인 사람이라고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몰두하는 것이 생기면 정말 열심히 하고 그 외의 것들에는 정말 무심해요. 집에 가면 연락도 잘 안되는 사람입니다.


요리 말고 또 어떤 것에 열심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림이었다가, 연애였다가, 운동이었다가... 그때그때 다릅니다.


요리하는 도중에 노동주!



주변에서 혼자 먹는데 뭘 그렇게 차리냐고 하지만 예쁜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예쁘게 차려서 먹음 기분 좋지 않나요? 요리하고, 차리고, 치우는 귀찮음보다 예쁘게 차려 먹을때 느끼는 만족감이 더 우위에 있는거 같아요. 


보통 아침은 커피로 대신하고, 점심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대충 먹어요. 저녁 한 끼를 제가 원하는 음식으로 먹는데, 하루의 가장 소중한 저녁 식사에 맛 없는 것을 먹고싶지 않다는 의지도 큰 거 같아요. 일터에서는 취향이나 성향을 많이 드러내지 않거든요. 취향이 확고하고, 그걸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는데 회사라는 사회 속에서는 그게 저에게 좋지 않더라구요. 어차피 진짜 먹고 싶은 거, 진짜 마시고 싶은거, 진짜 하고 싶은걸 하기 힘드니 맞춰주는 편이고요집에서는 딱 제가 하고 싶은거만 합니다. 한끼를 먹더라도 진짜 먹고 싶은것만 먹고, 보고 싶은거, 듣고 싶은거만 들어요. 어떻게 보면 예민하고 까다롭기도 한 거 같아요.




봄나물 장아찌


10대 때부터 만두라던가 깍두기 같은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 먹는 음식이 제 입엔 너무 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저만의 요리 스타일이 만들어졌어요. 


이른 봄은 장아찌의 계절이에요. 한창 열심일 때는 16종을 담갔어요. 엄나무순, 마농지(풋마늘), 마늘, 양파, 갓, 버섯, 마늘종, 가죽나물 등등... 요즘은 풋마늘만 꼭 담고 추가로 1, 2종류만 더 담가요. 정육각 독자분들은 고기 좋아하시죠? 맛있는 삼겹살 노릇하게 구워서 장아찌랑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파스타나 요리에 피클 대신으로, 의외로 와인 안주로도 훌륭하답니다.


영롱한 홈메이드 매실주


초여름의 매실


5, 6월엔 매실 시즌입니다. 1년에 2번 담아요. 5월엔 청매실로 장아찌를 담고, 6월엔 남고 품종의 황매실로 매실청과 매실주, 매실 조림을 담아요. 아, 정말 매실은... 정말 힘들어서 매년 다시는 하지 말자고 다짐은 하는데... 저처럼 설탕 양을 절반만 쓰는 곳이 없더라고요. 설탕이 덜 들어가면 보관이 오래 안되니까 매실을 미리 12시간 소금에 절여서 담는데, 누가 이걸 해주겠어요. 이러니 아마 내년에도 하지 않을까요?  엄마도 때가 되면 "올해도 매실 담갔니?"라고 물어보시고요. 


제 입맛에 맞게 재료나 양을 바꾸어서 이것저것 실험도 많이 해봤는데, 감초를 섞은 매실주는 몇 년이 지나니 오크향이 나더라고요. 이거 따는 날엔 지인들을 불러 모을 생각입니다.


완전 찐한 전라도 스타일로 젓갈을 원 없이!


젓갈 진한 무김치


어쩌다 보니 겨울엔 김치도 담고 있더라고요. 배추김치는 양을 많이 담가야 맛이 있어서 그건 포기하고, 대신 무김치를 담아요. 동치미나 초롱무, 알타리 김치로요. 보통 무김치는 시원하게 담지만 저는 무김치도 완전 진하게 담아요. 젓갈 향 풀풀 나는 전라도 김치를 좋아하거든요. 생새우 액젓, 진젓, 속젓 다 떄려 넣고 담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선도 짱짱한 식재료


레시피는 여기저기서 참고만 하고, 결국 제 마음대로예요. 감이죠, 감! 저는 좀 짜고 진하게 먹는 편이라 제 간으로 음식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무엇보다 식재료의 신선도를 너무너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료만 제대로 고르면, 요리의 9할은 다 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제철 식재료는 산지에 직접 시켜요. 시킬 때 폭풍 검색과 상품평을 꼼꼼히 보고 결정해요. 연어알이나 단새우 같은 경우는 금상어가를 이용하구요. 지방에 여행을 가면, 재래 시장에 젓갈이나 건어물, 말린 생선을 사와요. 아주 오래 못갔지만, 외국 여행을 가도 식재료를 많이 사오는 편이예요.


고기 같은 경우는 정육각이요. 도축일을 알 수 있고, 무항생제 제품, 부위별로 분류가 잘 되어 있어 고르기 편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전복! 산지에서 시키면 양이 너무 많이 오거든요. 결국 마지막에 남은 전복은 선도가 떨어지죠. 정육각 전복은 그날 먹을 만큼, 소량씩 주문할 수 있어서 딱 좋더라고요. 고기야 원래 유명하지만, 전복은 진짜 기대 이상이었어요. 




주말, 홈파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는거 아주 좋아합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와인 마시는걸 좋아해요. 와인에 대한 뚜렷한 취향이 있는 사람과 와인 얘기를 하고 와인 맛을 공유하며 마시는게 참 좋아요. 이건 아마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작년 가을에 와인 모임을 했는데, 제가 6인분 코스 요리를 준비했었어요. 코스 요리 준비가 정말 힘들긴 해도 풀코스로 와인을 매칭해 보면서 계획하는 재미가 더 커요. 사실 요리보다는 설거지가 더 힘들지만 또 누가 해준다고 해도 못하게 해요. 주방은 저의 것이니까요. 




한 달 식비요? 오, 계산을 안 해봤어요. 지난 달 가계부를 보고 왔는데... 식재료, 와인, 외식까지 다 더하니... 160만 원 정도 썼네요. 아무래도 줄여야겠어요.;



초신선한 식재료는 여기서! 


창이 큰 집에 살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우연이 겹쳐 필연처럼 이사하게 됐어요. 이사 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집을 보고, 이틀만에 이사가 결정 됐었어요. 그 전 집은 강남이었는데, 어느 날 베란다에서 와인을 마시며 아, 창 밖 뷰가 숲이나 바다면 좋겠다 했거든요. 근데 바로 다음주에 숲뷰의 집으로 이사가 결정 된거예요. 요리도 더 열심히 하는거 같아요. 요리하기에 최적화 된 집이거든요. 심지어 주방 뷰도 숲이랍니다!


이사 온 지는 2년쯤 되어갑니다. 이사 온 뒤 완전히 집순이가 됐어요.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에 사람들도 친절해서 저도 평화로워졌어요. 이사하기 전의 집은 잠 자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힐링, 보금자리, 안식처의 느낌이예요. 



나의 사랑, 고양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요. 평생 강아지만 키웠는데, 9년 전부터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습니다

2013년 추석 연휴, 길에서 만난 삼색 꼬마 고양이에게 간택을 당했어요. 고양이를 반려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어서 처음엔 임보 후 입양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결국 같이 살게 되었고 꼬마 삼색이는 저의 첫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입양 보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둘째이자 막내 고양이는 낯선 동네에서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났어요. 그때도 너무 작고 어렸는데(생후 6주), 더 작았을때 힘들게 구조되서 죽을 고비도 넘기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죠. 만난 날은 그냥 돌아왔고,

다시 보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막내 고양이가 저와 동행하고 있었어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이 갖은 이름에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이름을 부여할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저의 첫 고양이 삼색이의 이름은 미냥이, 미미의 고양이라는 뜻이고 예쁜 고양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올해 9살이 됩니다. 이름처럼 예쁜 여자 고양이예요. 막냉이의 이름 미엘(MIEL)은 프랑스어로 꿀 이라는 뜻입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남자 고양이로 크길 바라는 마음에 지었는데, 정말 그렇게 커 줘서 너무 좋아요. 미냥이와 미엘이가 고양이의 본성에 맞는 고양이다운 삶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 살게 해줄 거예요.



반려 식물 키우기


저는 스스로를 식물 킬러라고 불렀었는데요. 어쩌다 우연히 생긴 식물들이 다 죽어나가서 아 난 동물과 잘 맞고 식물과 잘 안맞나봐 라며 포기하고 있던 중 친구에게 휘커스 델토이데아 라는 식물을 선물받으면서 제가 식물도 잘 키우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이 개체가 어떤 성향인지,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알고 관심을 갖고 맞춰주다 보니 식물들이 잘 크기 시작했고 이제 저는 혼자 분갈이나, 물꼿이, 삽목 등으로 번식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은 관심과, 배려와, 애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결국엔, 행복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행복이에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왜 사는지가 궁금했어요. 10살 어린애도 삶은 힘들거든요. 선택의 연속이고. 예를 들어 엄마가 과자를 사주실때도 저는 과자를 골라야 하잖아요? 전 내추럴 본 선택장애형 인간이거든요. 아무튼 산다는 건  힘든거 같은데 왜 다들 살고 있지? 이게 제 유년기의 가장 큰 난제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행복하려고 살고 있다고요. 삶은 힘들지만 그 사이사이에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살아가다보면 또 행복한 순간이 있을 거란걸 알기 때문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게 목표예요. 


살아가는 동안은 취향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프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 편안한 집, 취미, 경제력, 일, 고양이가 있는 삶을요.



맛있는 음식으로 더 행복해지는 법


미미네 술상 추천 메뉴 #1  

초신선 로스트 치킨 



정말 맛있는 닭요리가 많은데...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꼽자면 로스트 치킨이에요.

손님상에 낸다면 닭 한 마리 통째 내는 게 임팩트가 가장 크지만,

캐주얼하게 즐긴 다면 닭다리(북채), 닭다리살(정육)을 쓰면 빨리 익고 편하죠.

대신 정말 신선한 닭고기를 써주세요. 그래야 육질이나 육즙이 최고예요.


1. 닭고기에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서 잠시 두고요.

2. 야채를 먹기 좋게 손질해요.

3. 닭고기는 초벌 하듯 팬에 먼저 구울 게요. 겉면을 골고루 구워주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더 맛있어요.

4. 닭 꺼낸 뒤에 버섯, 야채도 손질해서 팬에 한번 구워주세요. 

5. 오븐 트레이에 닭과 야채를 올리고 후추, 버터(잘게 잘라 올리면 돼요), 허브를 뿌려요.

6. 오븐에 온도는 180℃로 25분 구울게요. 

TIP. 닭 크기나 형태(통이나 토막이냐)에 따라 굽는 시간은 늘려주세요


미미 PICK 화이트, 로제 와인
육류에 꼭 레드와인만 답은 아니에요. 하얀 닭고기에는 야리야리한 와인도 잘 어울린답니다.

미미네 술상 추천 메뉴 #2

통삼겹 김치찜



이거 제가 진짜 자신 있는 요리예요. 이건 신선한 고기와 김치, 액젓 3가지면 끝나죠.

육수에 신선한 고기의 기름기가 어우러져 아주 근사한 맛을 내줄 거예요.

신선하기만 하다면 앞다리 수육용이나 목살 부위 써도 맛있어요.


1. 멸치, 다시마로 육수를 진하게 우려요.

2. 김치(묵은지), 김치 국물, 통삼겹, 다진 마늘, 파, 청양고추, 멸치액젓, 고춧가루를 넣어요.

3. 고기가 익을 때까지 뚜껑 닫아 푹~ 오래 끓여주세요.


미미 PICK 스파클링 와인, 매실주

김치찜은 맛이 강하니까, 기포도 강하고 쨍한 맛의 술이 잘 어울려요. 전 직접 담근 매실주에 아삭아삭한 매실장아찌도 곁들였어요.


미미네 술상 추천 메뉴 #3

전복 술찜



음, 위에 2개의 레시피가 너무 쉬워서 이건 손님 초대용으로 추천할게요.

와인 코스 요리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신기해했던 전복 술찜이에요.

저는 워낙 자주 해 먹는 음식인데 전복에 다시마 향과 무향, 은은한 청주 향이 배여서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아름다운 요리입니다. 무엇보다 푸딩같이 부드럽고 탱글한 식감이 예술이고요.


사실 전복은 재료와 손질이 전부라 볼 수 있어요.



1. 주방 솔로 전복을 뽀얗게 씻어주세요.

2. 냄비에 청주와 물을 붓고 찜기 위에 다시마를 넉넉히 깔고 전복을 올려주세요.

3. 전복 위를 무로 덮어주세요. 찌는 동안 전복 살이 마르는 걸 막아주고 육질도 야들야들해지거든요.

4. 이 상태로 약불로 3시간 갈게요.

5. 전복이 다 쪄지면 꺼내서 살과 내장을 분리해주세요.

6. 내장만 따로 모아 믹서기에 내장, 미림, 간장, 물을 넣고 갈아주면 소스도 완성!

좀 더 부드러운 맛이 당길 땐 소스에 생크림을 살짝 투척해보세요.



미미네 술상 추천 메뉴 #4

짜파게티

면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한 번씩 해 먹을 땐 정말 제대로 만들어요.

 


1. 일단 물을 끓여서 면을 삶아주세요.

2. 다른 팬에 식용유에 파, 마늘을 충분히 볶아 기름을 내주세요.

3. 춘장을 밥숟가락으로 1/3 정도 넣어서 볶아주세요.

4. 그날 집에 있는 재료(야채, 새우, 오징어, 조개, 소고기 등등)를 넣고 짜파게티 분말 넣고 볶으세요.

5. 면이 다 삶아지면 팬에 옮겨서 면수 조금 넣어서 촉촉하게, 센 불로 화르륵 졸이듯 볶고,

6. 마지막에 동봉된 올리브 오일을 뿌려주세요.






먹는 것에 진심인 또 다른 부부를 소개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식대로] 꿈꾸던 주방을 만듭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