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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육각 May 10. 2022

[오붓한달] 멀리 있어도 오붓한 달

BY 백광숙, 김하얀 모녀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라 마음이에요.

그리고 마음만큼 중요한 건 표현하기!

오늘의 안부 전화를 미루지 마세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부모님에게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울 테니까요.


오붓한 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은

김포와 프랑스 리옹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백광숙, 김하얀 모녀입니다.

인터뷰이

엄마 백광숙딸 김하얀


9,000km의 애틋함


저는 2017년 10월에 남편을 따라 프랑스 리옹으로 왔어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거리다 보니 엄마와 더 애틋해진 것 같아요. 결혼 전에 부모님과 살 때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괜히 신경질도 부리고 말도 예쁘게 안 했었는데,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엄마랑 안 좋은 기분으로 전화를 끊는 게 싫더라고요. 계속 신경 쓰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죄송스럽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그저 다 좋고만 싶어요. 그래서 엄마가 걱정하실 상황은 아예 이야기를 안 하기도 해요. 사실 어릴 때도 엄마를 잘 따라다니는 딸은 아니었어요. 문제가 생겨도 혼자서 해결하고 나서 결과만 얘기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성향과 지금의 상황이 합쳐져 더 얘기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떨어져 있는 동안엔 부모님이 걱정 없이, 늙지 않고 지금 그대로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엄마는


어릴 때 저는 배탈이 잘 났었는데 늘 엄마가 배를 문질러 주셨어요. 그 손길처럼 엄마는 저에게 참 따뜻한 존재예요. 서양화가인 엄마는 작품 활동으로 늘 바쁘셨을 텐데 학교 행사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셨고 초등학생 때는 해마다 언니와 저의 생일 대마다 집에서 파티도 열어 주셨을 정도로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아이를 낳고 보니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싶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직접 뜨개질해주신 옷을 많이 입었는데요. 몇몇 옷은 조카들이 물려 입다가 다시 저희 딸에게 왔어요. 너무 의미 있고 좋아요.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요.



호랑이 엄마의 마음


어릴 때 엄마는 엄격할 땐 정말 무서운 호랑이 엄마였어요. 거짓말을 하거나 예의 없는 걸 정말 싫어하셨어요.

버릇없이 굴다 혼난 적도 많고 거짓말한 게 걸려서 혼나기도 했었죠. 하지만 혼내고 나서는 항상 꼭 안아주셨어요. 


그땐 엄마가 얼마나 엄하고 무서웠는지, 외박은 꿈도 못 꿨어요. 김포에서 회기까지 통학을 할 만큼 자취도 허락해주지 않으셨죠. 집으로 가는 막차를 타려면 늘 가장 재미있는 시간에 저만 일어서야 했어요.

엄마는 제가 귀가할 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셨고, 혹시나 졸다가 종점까지 갈까 봐 중간중간 전화도 하셨어요. 그때는 그게 너무 싫고 구속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네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하얀아. 엄마가 되어 보니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다시 돌아간다면 짜증 내는 투로 전화받지 말고, 엄마랑 더 많이 데이트도 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자.  

멀리 가서 살게 될 거니까 부지런히 엄마 옆에 붙어 있고, 사진도 많이 찍어 둬!


엄마에 대한 특별한 기억


엄마의 작업실로 마련했던 한옥을 저와 언니가 너무 좋아해서 9살부터 중 3 때까지 살았었어요. 그곳은 작은 시골 동네였는데요, 이웃집에서 자꾸 무언가가 없어지는 바람에 늘 의심을 받던 동네 오빠가 있었어요. 엄마는 그 오빠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었죠.


저희가 집을 비운 사이 동네 모든 집에 물건이 없어졌는데 저희 집만 사라진 게 없었어요. 그렇게 몇 년간 아빠의 해외 주재 근무로 그 동네를 떠난 후 다시 돌아왔을 때, 번듯하게 자란 그 오빠가 엄마를 찾아와 인사를 했던 날이 기억이 나요.  


엄마가 되고 알게 된 것 


엄마랑 문자는 거의 매일, 전화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의 딸 '아리아'가 태어나서는 아기 얘기를 가장 많이 해요. 원래 저는 아기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낳고 보니 너무너무 예쁜 거예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알게 되었죠.


가끔 '나중에 우리 딸이 나처럼 멀리 가서 산다고 하면 하늘이 무너지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우리 엄마를 생각하게 돼요. 제가 프랑스에 간다고 했을 때 엄마는 반대하지 않으셨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의 행복만을 바라셨기 때문에 엄마의 슬픔을 꾹 참으신 거일 텐데,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해요.


딸의 마음


엄마가 저희 집에 오시면 편하게 계시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멀리, 여기까지 오셨는데 주방에 계신다거나 작은 집안일이라도 하시지 않게요. 근데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혼자 담아뒀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괜히 어리광을 부리게 되네요. 마음은 아닌데 괜히 짜증을 내고 미운 4살 아이가 된 것처럼 그럴 때가 있더라고요. 엄마는 늘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프랑스 이주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최소 1년에 1번은 보면 되지~ 한 번 볼 때 오래 같이 여행도 하면 되지~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창궐하고,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나중에 정말 옆에 있어 드려야 할 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상황이 생길 것 같아 무섭기도 해요. 거리도 멀어서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드시면 오시는 것도 힘들어질까 요즘 부쩍 고민이 많아요. 좀 더 부모님 가까이 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요.



멀리서도 오붓하게


얼마 전 부모님은 엄마의 작업실로 쓰던 한옥으로 거처를 옮기셨어요.
공기 좋고 조용한 곳이지만 마트가 꽤 멀거든요. 어버이날 옆에서 챙겨드리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려서 정육각에서 밀키트를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D-Day날!

눈을 뜨니 엄마에게서 하트가 담긴 메시지와 함께 아름다운 상차림 사진이 도착해 있었어요.

매년 이 맘 때면 엄마가 모란꽃이 피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는데요.

올해엔 꽃만 있는 게 아니라 제가 보내드린 음식이 함께 있으니 그리움보다 기쁨이 더 컸어요.




엄마처럼만


엄마랑 저는 데칼코마니. 전쟁이 나도 서로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엄마랑 저는 외모가 참 많이 닮았어요.

하지만 정말 엄마에게 닮고 싶은 건 엄마의 감성과 손재주예요. 저는 스스로를 감각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가끔 저에게서 엄마의 취향이 보일 때가 있어요. 


엄마는 오래되고 가치 있는 물건들을 좋아하세요. 엄마의 작업실로 오래된 한옥을 최대한 살려서 리모델링하셨고, 고가구를 비롯해 오래된 소품들도 많죠. 저도 그 부분을 닮은 것 같아요. 엄마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 있는 가구들 대부분이 다 오래된 것들이에요. 제가 사는 곳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옛날 가구들을 찾아 꾸며두었는데, 가만히 앉아서 그 가구들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왠지 엄마 집처럼 편안한 기분도 들고요.


얼마 전 우리 딸의 백일이었는데 백일상을 꾸민 걸 엄마가 보시더니 엄마 취향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 엄마의 취향을 너무 좋아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엄마처럼 본인의 색깔이 있고 향기 있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어요. 또 제 딸에게 엄마처럼 따뜻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네요.








맛있는 걸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을 전해 보세요.

반가운 이름이 보낸 초신선 육사시미 밀키트는 부모님에게 식사 그 이상의 기쁨이 될 거예요.

이번 주 할인 쿠폰으로 오붓한 시간을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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